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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루비 Dec 05. 2024

나를 각성시킨 친구의 결혼파산

저에게는 고등학교 1학년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제 나이 서른일곱이니, 거의 20여 년 정도 된 오랜 친구네요.


우연한 날에 친구와 카톡으로 안부를 묻던 도중, 믿지 못할 이야기 하나를 듣게 됩니다.

곧 이혼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충격이었던 것이, 친구는 그 남편분과 20대 중반에 만나 결혼 후 열심히 살고 있었거든요.


항상 최저임금을 받던 저는, 모임 때마다 시원하게 1차를 쏘는 친구가 부럽기도 했습니다.

보통 세 명이서 만났는데, 여자 셋이서 모이면 파스타, 피자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을 갔었거든요.


금액이 꽤나 나왔는데도 망설임 없이 "내가 낼게, 커피는 너희가 사."라고 말하는 친구가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친구는 20대 초반에 잠깐 현장직에서 일한게 사회생활의 전부였거든요.

전업으로 지내며 나름 부유한 생활을 하는 거 같아,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부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잘살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이혼을 한다니?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습니다.

저는 전화를 걸어 전화기에 대고 재차 물었지요. "아니, 갑자기 이혼이라니? 무슨 일이 있는 거야?"







알고 보니 친구의 사연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업을 하고 있는 남편이 코로나 이후에 한 달에 100만 원 정도밖에 가져다주지 않았다고요.

100만 원을 가지고 둘이서 생활하려고 하니 생활비가 부족하답니다.

것도 그럴 것이 친구는 자식이 없으므로 2인 가정인데, 식비만 200만 원이 나온다고 들었었거든요.


그래서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기 위해 카드로 돌려 막고, 막다가 안 돼 리볼빙에 손을 댔다고 합니다.

리볼빙 금액만 1300만 원 정도 된다고 해요.


이 이야기를 전화로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습니다.

친구 남편을 올해 제가 사는 곳 근처에서만 보았을 때도, 술을 많이 먹는 걸 제외하곤 나쁘진 않은 부부 같았거든요.



친구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여태까지 결혼생활 십 년이 넘었는데, 모아둔 돈이 하나도 없어. 남편이 한 2억 정도 모아둔 돈이 있다 했는데, 알고 보니 거짓말이었어."



"더 웃긴 건 뭔 줄 알아?"

친구는 여전히 담담한 말투로 말을 이어가더라고요.

"남편이 돈을 못 갖다 준 것도 아니었거든. 잘 갖다 줄 때는 천만 원도 넘었었어. 그냥 내가 돈 관리를 잘하지 못했지 뭐야."



알고 보니 친구의 사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계속 월세에 살았고, 씀씀이가 컸으며, 특히 식비에 돈을 많이 썼는데 술을 많이 사 마셨다고 해요.

평소에 끌던 자동차 한 대와 월세방 보증금 300 정도 있는데, 보증금으로 빚을 우선 갚는다고 합니다.

차는 도저히 팔 수 없는 상황이라 갖고 있을 거고요.

그리고 남은 빚은 남편이 능력이 되지 않아 본인이 아르바이트하면서 갚을 거라고 합니다.



생각해 보니 친구가 평소에 저희를 만날 때 명품을 한 번도 들고 온 적이 없어서 검소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에 저도 충격을 먹었어요.

이 충격으로 전 일주일간 밤을 설쳤습니다. 소비가 이렇게 중요할 줄이야.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씀씀이도 중요하단 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절약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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