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루비 Dec 06. 2024

동생아, 너는 월급이 1200만원이니? 난 최저시급이야

안녕하세요, 김루비입니다.

이번에는 저희 가족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저는 30대 후반이며, 장녀이고,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남동생은 부모님이 하시는 가게를 부모님과, 올케와 함께 운영 중입니다.

부모님이 만드시고, 동생이 중간에 참여한 가족의 가게라고 보면 될 거예요.



작년에 제가 일을 쉬고 있었던 때, 본가에 빌붙어 살았습니다.

이력서를 여러 군데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동생과 올케 컴퓨터를 번갈아 사용할 때가 많았어요.

그러다 우연히 보게 된 엑셀 파일에 충격적인 데이터를 보게 됩니다.

그것은 동생이 자기 가정에 경제상태에 대해 적어놓은 내용으로, 월급과 소비, 목표 등이 아주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내용이었어요.



단순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생의 월급은 500만 원. 올케는 300만 원.

그리고 모르는 여자이름이 적혀 있는데, 그 사람 앞으로 200~3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수입으로 있었고요.

나머지 200만 원 정도는 갖고 있는 오피스텔 월세로 받은 금액이었습니다.



동생과 올케가 부모님과 함께 일하니, 1,000만 원 정도 가져가는 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한 달에 천만 원을 버는 기분은 어떨까요? 저는 230만 원 이상을 벌어본 적이 없어 상상도 못 하겠습니다.

무튼 엄마께 여쭤봅니다. "엄마, 혹시 *** 이 사람 누구예요?"

엄마는 무심하게 대답했습니다.

“아, 그거 올케 엄마 이름이야."



알고 보니 부모님은 조카가 태어난이후 생활비가 부족할까 봐 올케네 엄마를 가게에 등록시켜 월급을 받게 해 준 거였더라고요.

매달 200만 원씩...

기존의 월급도 알고 보니 부모님보다 조금 더 받아가고 있었고요.

것도 모자라 200만 원씩 더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셨어요. 지금 하는 가게는 동생 다 줄 거야. 너는 그냥 시집가면 되지. 나중에 우리 시골 농사짓는 땅이나 줄게라고요.



처음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나한테는 쭉정이 같은 걸 주고, 우량자산은 남동생을 전부 다 주느냐도 모자라, 매달 생활비 200~300만 원씩 더 쓰게 주다니...

제가 전직장인 공기업 콜센터를 그만두고, 공무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할 때 부모님은 많이 싫어하셨거든요. 그리고 실제 구박도 많이 하셨습니다.

너는 왜 4년제를 나오고 임용이나 준비하지, 왜 선생이 못됐니... 학원 그만두지 말고, 제발 진득하게 일해라 등등.



'그런데 매달 200만 원씩 그냥 주시다니요?? 그거 제 월급보다 더 많은 금액인 거 아세요?!!!!!!'



머리가 새햐얘지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온몸이 춥지도 않은데 쭈뼛거리면서, 뒤통수가 얼얼해지고, 눈물이 나오려다 순간 멈췄습니다.

마치 믿었던 유일한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이었어요.



한 달에 겨우 200만 원 내외로 풀칠해 가며, 아껴가며 생활하는 걸 아시는 건지 모르시는 건지...

난 이렇게 사는데… 제 월급정도의 금액을 그냥 주시는군요..



생각해 보니, 겨울에는 한 번도 보일러를 켜지 않았습니다.

난방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고, 온수 사용하여 씻는 것도 무조건 10분 내로 씻어요.

주말에는 이틀에 한 번에 걸쳐 씻는 경우도 많습니다.



나이도 많고, 대학교 졸업 후 쓸모 있는 경력도 없는 저에게 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절약.

선택의 여지도 없었습니다.

최저가를 찾고, 쓰고, 무료로 누릴 수 혜택을 찾고, 그게 닳아 없어질 때까지 썼습니다.







남자친구도 저와 비슷한 평범수저입니다.

저희는 양가부모님의 큰 도움 없이 살아가야 하고, 집을 마련해야 했었어요.

이야기하자면 긴데, 저는 실거주 하나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남자친구는 집을 사는 것에 대해서, 대출에 대해서 두려워하는 편이었고요.

이 문제로 매번 다투다, 정말 운명 같은 해결책을 만납니다.



제가 전 직장 다닐 때 남자친구네까지 전철로 다섯 정거장 정도를 이동해서 다녔거든요.

금요일 저녁 6시경, 퇴근 후 사람들로 가득 차 몸을 구겨 겨우 들어간 지하철 광고판에서 LH아파트인데 미달된 곳을 보게 됩니다.

경기도이고, 국평인 34평에 4억이 안 되는 저렴한 가격대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그날 저녁, 남자친구와 초밥뷔페에 가 밥을 먹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오빠, 이건 무조건 청약해야 돼. 위치는 그렇게 좋지 않지만 경기도에 이 가격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곳 없어. 것도 신축이잖아."



남자친구는 용기 내서 청약했고, 청약 당첨되었고, 내후년 2월에 입주를 앞두고 있습니다.

저희가 계약한 이후 추후 나오는 아파트들 가격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그런 기사가 나올 때만 한편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곤 합니다. 위치는 좋지 않지만 저렴하게 분양받은 사실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엄마는 남들에게 동생을 소개할 때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유, 말도 마. 우리 아들은 49평에 살고 있고, 오피스텔 2채나 갖고 있어. 둘이서 얼마나 화목하게 잘 사는지 몰라."

49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남동생은 엄마의 자랑이거든요.

저는 엄마의 아픈 손가락입니다.



고백합니다.

저희는 앞으로도 큰 소비는 못할 거 같습니다.

남들처럼 해외여행도, 맛있는 외식도, 새로운 옷과 물건들도 하나 사려면 늘 까다롭게 비교하고 자주 하지 못하겠죠.

한 벌에 최대 2만 원, 평균 오천 원 정도 하는 티 하나, 바지 하나 정도만 입고 살겠죠.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드립니다.

저희는 거북이보다 느리고 또 느리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갈 겁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압니다. 절약하는 게 속된 말로 거지같이 사는 것처럼 보여도, 소비의 실상은 먹고사는 거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자라도 밥 세끼 먹고, 자고, 생활하는 건 저희와 똑같습니다.

절약한다면 누구나 작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저는 굳게 믿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잘 살 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