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밤이 툭툭 떨어져 뒹굴던 곳에 이젠 그 밤나무의 잎들이 낙엽이 되어 수북이 쌓였다. 발이 푹푹 빠질 만큼 두텁게 깔린 낙엽들은 어찌나 바짝 말랐는지 밟으면 바사삭 소리를 내며 발 밑에서 부서진다.
어쩌면 시몽이 좋아했을지도 모를 그 소리를 들으려 쓸데없이 낙엽을 밟고 또 밟는다.
아직 나무에 매달린 이파리들도 어느덧 노란빛을 잃어 가고 갈색으로 물이든 채 마지막 힘을 다해 나뭇가지를 움켜쥐고 파르르 떨고 있다. 그러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되어 하릴없이 우수수 떨어진다.
그렇게 낙엽이 흩어지는 밤나무 그늘 아래 작업대를 설치하고 남편과 나는 먹줄을 튕기고 합판을 자르고 못질을 했다. 작업환경이 그야말로 그림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밑에서 어깨로는 낙엽을 맞으며 발은 바싹바싹 낙엽을 밟으며 일하는 환경이라니...
일이 힘든 줄도 지치지도 않는 것 같다.
아침저녁은 추워도 햇살이 비치는 낮시간은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다. 이런 황금 같은 기후가 이제 며칠이나 이어질까. 짧아서 더 아름답고 소중한 깊은 가을의 하루하루다. 몇 닢 남지 않아 더 눈부신 단풍이다.
이러다 비가 한 번만 더 오면 남은 잎들이 모조리 떨어져 버리겠지.
조그만 더 이 시간이 이어지길.
이 막바지 가을이 좀 더 오래 머물러 있기를, 철없는 아이처럼 떼를 써보고 싶다.
낙엽
레미 드 구르몽
시몽,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돌과 이끼와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습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인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라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몽,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