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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민 May 30. 2023

보리처럼

너무 아프다고 울지 마라


울고 싶거든 조금만 울고 

눈물 닦고 일어서라

뒤뜰에서 뛰놀던 강아지도

네 얼글 쳐다보며 훌쩍이고

힘 빠져 축담에 드러누웠다


혹독한 추위에도

매화는 꽃망울로 알리고

뒤뜰 보리밭의 새싹 보리는 

눈 속에서 쥐 죽은 듯하더니

바람 따라 머리 흔들고 일어나

밭고랑 위를 새파랗게 물들였다


푸시킨의 시구처럼 

삶이 세상을 속일지라도

세상이 너를 멀리하더라도

밟히고 또 밟혀도 일어나는

저 단단한 들녘의 파란 보리처럼 

두둥실 떠 오른 해에 음표를 달지


보리는 밟아야 강한 뿌리를 내리고 

사람도 아프고 고통을 겪어야

넘어져도 일어서는 오뚝이가 되고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지는 해에도

유심히 내 맘을 옮겨서 가다듬어 보면

뛸 때와 앉을 때 숨을 때를 알게 된다


© wolfgang_hasselmann,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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