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인가 보다. 나의 머리 상태가 날씨의 습한 정도를 알려준다.
모태 곱슬머리인 나는 장마가 시작되기 전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정돈하는것 부터 시작이다.
이젠 주부가 되어 그런지 수건의 냄새, 세탁기 냄새에서 장마를 느낀다.
하여튼 장마시즌 정말 싫다.
오늘 저녁엔 뭘 해 먹나. 고민하는데 갑자기 수제비 떠올랐다.
비 오는 날 수제비국을 생각해 낸 나는 천재적인 것 아닌가.
아 그런데.
'수제비를 하려면 반죽을 해야 하잖아. 아... 귀찮은데 그냥 해 먹지 말까. '
하다 문득 마트에 수제비사리가 팔았던 게 생각이 났다.
집에 감자도 한 개 남았겠다.
그래! 비 오는 날 수제비를 먹어보자.
마트에 갔더니 냉동도 아니 무려 생수제비사리가 팔고 있었다.
수제비사리 하나 사고 애호박 하나 산다.
감자와 호박 양파를 먹기 좋게 썰어준다.
육수도 코인 두 개 넣으면 진하게 완성된다.
반죽도 안 해도 되고 육수도 안내도 되니 세상 진짜 편해졌다.
이제 진해진 육수에 야채 넣고 수제비 넣고 보글보글 끓여 간만 맞추면 끝이다.
집에 들어오면서 딸아이가.
"우와! 엄청 맛있는 냄새난다!"
"어서 와~ 얼른 씻어. 오늘 저녁은 수제비야. 씻을 동안 저녁 차려둘게."
뜨거우면 못 먹으니 불을 얼른 끄고 접시에 덜어둔다.
씻고 나온 아이야 후후 불어가며 수제비를 먹었다.
배가 고팠던 아이와 나는 말도 없이 잘도 먹었다.
조금만 먹어야지 했는데 나도 모르게 냄비에 계속 손이 갔다.
친정엄마가 옆에 계셨으면 생수제비 사리를 사지 못하게 했을 거다.
금방 만들면 되는데 뭐 하러 사냐고 했을 것이다.
엄마가 뚝딱 만든 수제비는 마트에서 산 것과는 맛을 비교할 수도 없다.
두껍고 투박한데 나는 얇은 반죽보단 두툽 한 반죽의 수제비가 더 맛있는 것 같다.
내가 만든 수제비국을 먹다 보니 엄마가 만들어 주었던 김치 넣고 시원하게 끓여주었던
수제비가 떠올랐다.
그런데 이젠 내가 음식을 해보니,
엄마 힘들까 봐 여름에 수제비 해달라고 말 못 할 것 같다.
편한 것도 좋지만 음식은 뭐니 뭐니 해도 정공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