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땐 몸에 안 좋을까 봐 컵라면, 박카스, 커피도 잘 안 마셨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믹스커피의 맛을 알게 되었다.
커피의 맛을 알게 됐다기보다는 달달한 맛에 중독이 된 것 같았다.
대학생 때 캐비닛 안엔 믹스커피가 박스채 들어 있었다. 친구들과 밥 먹고 나면 늘 언제나 종이컵에 믹스커피를 부어 꼭 마셨었다. 다이어트한다고 밥은 조금 먹어도 믹스커피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먹었다.
우리 그때 왜 그렇게 커피에 환장했냐며, 그 정성으로 영양제 챙겨 먹었으면
지금 훨씬 피곤함이 덜할 텐데 하면서
20년이 지난 지금,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며 옛 이야기 한다.
나는 졸업하자 마다 영양사가 되었다. 직장인은 역시 커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 점심으로 피곤하다면 믹스커피를 두 잔씩 꼭 마셨다.
그렇게 열심히도 마셔댔다.
이렇게 사랑하는 커피도 안 먹을 때가 있었는데 그때는 바로
임신과 출산 그리고 모유수유 할때이다.
모든 과정이 힘들이지만 제일 괴로웠던 것은 커피를 맘껏 못 마시는데 내 신세였다.
모든일엔 끝이 있듯 힘겨웠던 모유수유가 끝이 났다.
드디어 “커피자유"가 찾아왔다.
그동안 봉인 되어있던 커피가 해제되면서 정신 못 차리고 커피를 낮이고 밤이고 마시게 되었다.
그때쯤 동네마다 커피숍이 무한히 증식되고 있었고
바닐라라테. 캐러멜마키아토 등 믹스커피보다 더 맛있는 커피의 맛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날 거울에 비친 나의 불어난 몸을 보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게 믹스커피 탓은 아니었겠지만 달달한 커피가 체중 증가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심한다.
달달한 커피는 모두 끊기로
하지만 15년 동안 열심히 먹은 커피를 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예 안 먹는 건 죽음과 같은 일이라 믹스 커피는 먹고 싶을 때 딱 한입맛, 먹기로 내 스스로 마음먹었다.
이 짓도 5년 넘게 하다 보니 습관이 되어 지금은 커피를 다 마시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남은 커피가 소파에 엎기도 하고 쏟는 일이 다반사가 되아 가족과 주변 친구들에게 지적을 받았다.
절대 못먹을것 같던 아이스아메리카노의 맛을 알게 되었다. 불혹의 나이가 되니 쓴 맛을 좀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됐다 싶기도 하다.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믹스커피가 생각났다.
아마 밖에 비가 내려서 그런것 같기도 하다.
이나영 님이 광고에서 '행복의 순간에 페어링'이라고 한다.
퇴근하고 비 오는 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빗소리 들으며 글 쓰면서 먹는 믹스커피야 말고 행복의 순간이다.
오늘은 한입말고 다 먹어야 겠다.
칼로리 그게 뭔데! 행복하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