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은 메뉴 작성하는 일이다.
매주 하는 일인데 작성할 적마다 고민이 많이 된다.
드시는 분들은 저번주랑 비슷한데? 할 수도 있다. 맞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괴롭다.
사실 집에서도 저녁 뭐 먹나 고민해도 늘 비슷한 반찬을 해서 먹는다.
만약 회사에 구내식당이 있다면 '점심에 뭐 먹지? 저녁에 뭐 먹지?' 하는 고민은 안 해도 되니 좋을 것 같다.
싫어하는 메뉴면 밖에 나가 사 먹으면 그만이기도 하니깐.
나의 첫 번째 직업이 영양사였기에 20년 가까이 어떤 걸 먹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제일 많이 한 것 같다.
그렇게 오래 했음에도 어렵다.
고객분들도 매번 똑같은 메뉴가 질리니 특이한 걸 해달라고 하지만
먹고 싶은 거나 좋아하는 메뉴를 적어달라고 하면
늘 우리가 먹던 음식을 적어둔다.
사실 요즘은 급식도 많이 진화해 레스토랑 뺨치는 요리들도 잘 나온다.
예를 든다면 랍스터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런 메뉴들은 매일 먹지 못한다. 두 번만 나오면 벌써 질려버린다.
김치찌개, 된장국 같은 건 매주 나와도 괜찮은데 말이다.
나는 식단을 구성할 때 일주일에 한 번은 덮밥을 메뉴에 넣는다.
카레, 짜장, 마파두부덮밥 같은 거 말이다.
그런데 이런 덮밥은 인기가 없다. 특히 짜장덮밥은 더 인기가 없다.
짜장덮밥을 어떻게 하면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해 본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일단 짜장덮밥이 맛있어야 한다.
짜장이 맛있기 위해서는 불맛이 나야 한다. 이게 나고 안 나고 가 맛의 차이를 나타낸다.
짜장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각각 볶아 불향을 입혀 소스를 만들면 밖에서 사 먹는 짜장보다 훨씬 맛있게 된다.
덮밥이 주 메뉴이기 때문에 어쩌면 다른 반찬들이 좀 부실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튀김도 두 종류, 밑반찬들도 두 종류씩 배치해 둔다.
그리고 국을 제공해야 하는데 짜장에는 어묵국이 어울린다.
그냥 사각어묵 썰어서 제공하는 것보다는 꼬치에 꽂아져 있는 어묵을 제공하면 좀 더 푸짐해 보인다.
짜장을 싫어하는 분들도 꼬치 어묵 드시러 오시는 분들도 있다.
식판에 담아두면 별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일주일간 고민한 메뉴랍니다.
또 아침부터 정성껏 맛있게 만든다고 고생하신 조리장님들 땀입니다.
나는 늘 배식하는 곳에서 고객들이 먹는 모습을 본다. 국 한번 떠먹으면서 와~~ 하시는 분들도 있고
짜장에 슥슥 비벼서 한술 크게 떠서 푹푹 잘 드시는 분들을 보면
'역시 맛있군, 다행이다, 그리고 행복하다'.라는 복합적인 감정이는 드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나는 참 멋진 사람인 것 같다.
오늘도 수고 많은 나에게 나 스스로가 오늘도 역시 최고였다는 칭찬을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