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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20. 2024

널 위해 기도할께

불면증 같은 긴긴밤을 보내고 새날이 밝았다. 

전날 밤 12시부터 금식에 들어갔고  물도 마시면 안된다고 했다. 

'이 닦다가 물 마시면 어떻게 되는거지.'하며  별 걱정을 다했다. 

"무슨 수술하시는거예요?"라고 옆에 환자분이 물었다. 

"저는 유방암이예요. 이렇게 큰 수술은 처음이라 너무 무서워요."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또 나왔다. 

"오늘 수술 하는데 아마 밤에 많이 힘들것 같아요. 시끄럽더라도 이해해주세요."

"크게 울어도 되요. 아프면 크게 소리질러도 괜찮아요. 눈치보지 말고 하세요."라고 해주셨다.


000씨 수술실로 가실께요. 하면서 직원이 들어왔다. 내가 수술실 가는것도 아닌데 가슴이 떨려왔다. 

커튼 사이로 "씩씩하게 잘하고 오세요 화이팅!" 하고 외쳐주었다.


나도 아침부터 검사해야할게 많다. 

또 다시 성형외과로 간다. 주치의 선생님이 "잘 무셨어요?"하며 밝게 인사해주셨다.

"아니요, 잘 못잤어요. 어제 부작용이랑 2차 수술 이야기 들었어요."

"어디 좀 봅시다. 우리 왼쪽도 같이 수술 할 예정이죠?"하면서 

양쪽 가슴에 파란 매직으로 선 여러개를 그었다. 

다 됐다고 하면서 수술 장에서 보자고 했다. 

이번엔 공포의 유륜주사를 맞으로 간다. 유륜주사가 악 소리 날만큼 아프다고 써있는걸 많이 봤다. 

수술도 하는데 이거 못하겠나.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름이 호명되고 주사실도 들어갔다. 

"선생님. 이거 굉장히 아프다던데. 저 너무 무서워요."라고 했더니

"이 주사에 대해 오해들이 있는것 같아요. 왜 그런 소문이 났나 모르겠어요. 바늘이 굉장히 얇아요. 

모기가 무는것 보다 안아파요."하며 소문을 바로 잡아달라고 했다. 

정말 주사 맞는것도 모르게 끝났다. 주사액이 가슴에 잘 퍼져야 한다고 잘 문지르고 있으라고 했다. 

10여분 후에 마지막으로 가슴을 정밀하게 확인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에도 통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가슴을 짓누를것 같은 판이 바로 눈 앞까지 내려왔다 올라갔다 반복하더니 검사가 끝났다고 했다. 


병동으로 올라갔더니 이젠 정맥주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유방암 환자는 팔에 주사를 놓을수도 없고 혈압도 잴수 없다.

발에 주사는 좀 까다로워서 발에만 주사를 놓은 전문가 선생님이 오실꺼라고 했다. 

선생님은 발등, 종아리에서 바늘을 꽂을 최적의 혈관을 찾아내려고 했다. 양다리를 살펴봐도 찌를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발이 차워서 그런거라면서 따뜻하게 하고 있으라고 했다. 

긴장이 되어 그런지 발은 쉽게 따뜻해지지 않았다. 20여분후 다시 선생님이 오셨고 

이번에는 신랑이 내 다리를 꽉 눌러 최적의 혈관을 찾아냈다. 

선생님은 가차 없이 주사를 꽂았고 나의 비명도 같이 나왔다. 한번에 꽂았다는 다행스러움과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친구들의 카톡을 읽어본다. 

어제 통화했던 친구의 카톡에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우리 미정이. 담대하게 해달라고, 수술과 회복하는 모든 과정이 순적하고 특별히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에게 은혜 더해달라고, 가운이 생각하면서 이겨내게 해달라고"기도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를 위해 새벽에 가서 눈물, 콧물 흘려가며 기도했다고, 수술 끝날때까지 기도하겠다고 했다. 

나를 위해 눈물콧물 흘려가며 새벽에 기도하는 마음이 가슴 시리게 고맙다


아프고 나서 제일 좋은 위로는

'잘될꺼야.' 라는 말보다   '널 위해 기도할께' 라는 말이였다. 

날 위해 기도해준다는 그 말은 나의 눈물버튼이다. 

모든 신들의 축복의 모두 받고 싶었다. 

나를 살리는건 신이아니라 의사인거를 아는데 자꾸 신에게 행운을 달라고 기도 한다. 


수술의 준비는 모두 끝났다. 1시30분 수술실로 들어갈꺼라고 했다. 

수술은 대략 6시간 걸릴거라고 했다. 

"송미정씨 수술방으로 이동하겠습니다." 하며 직원이 휠체어를 밀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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