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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21. 2024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드디어 그 시간이 왔다.

걸어가는 게 아니고 휠체어를 타고 가는 거라고 했다. 미치겠다. 미치겠어. 

주사 꽂은 발 조심하면서 휠체어에 올라앉았다. 

수술받고 온 옆 환자분이 "잘하고 오세요."라고 외쳐주셨다. 

병동 문을 나가는 순간부터 무서워 눈물이 쏟아졌다.

간호사가 몇 가지 확인하고 보호자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직원 한 명과 신랑이 따라온다. 수술실로 이동하는 동안 펑펑 울며 질질 끌려갔다.

안경을 벗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자동문이 열리더니 직원이 내 이름을 물었다. 

하두 울고 있으니 보호자 들어와 같이 있으라고 했다. 신랑이 손을 꼭 잡아줬다. 

우린 서로 아무 말하지 않았다. 울지 말라고, 잘 될 거라고도 하지 않았다. 손만 잡고 있었다. 

반대쪽 자동문에서 다른 직원이 나왔다. 

우는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많이 울면 마취하기 어려워요."라고 했다. 

'수술이 잘 돼야 하는데 마취가 안되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들며 눈물이 쏙 들어갔다.

직원이 "이제 들어갈게요."라고 했다.

신랑에게 고개를 돌려 "나 잘하고 올게." 하며 파이팅 하는 포즈를 지어 보였다. 

시력이 안 좋은 나는 신랑의 표정을 정확하게 보지 못했지만 그는 그저 담담했을 것이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복도는 참 길었다. 휠체어를 밀어주시는 분이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말을 시켰다.

"한숨 자고 나오면 끝나있어요. 너무 걱정하실 것 없어요. 괜찮아요." 하셨다. 

휠체어에서 침대로 이동하라고 했다. 많은 직원들이 나를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마치 천사처럼 느껴졌다. 

한기는 있었지만 그렇게 춥진 않았다. 유방암 주치의 선생님이 오셨다. 

"왜 울었어요.  수술 잘할게요. 걱정하지 마요." 

선생님 말에 대답하면 눈물이 터질 것 같아 고개만 끄덕였다. 

내 머리맡에 여 선생님 "걱정 많이 하시니깐 얼른 재워드릴게요." 했다. 

'얼른 재운다니. '그 말이 더 무서웠다. 

수술하고 나서 속이 울렁거리는 분들이 있어서 울렁거리지 않게 약을 투여할 거라고 했다. 

한마디로 임상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 서명해 달라며 누워있는 내 눈앞에 종이를 들이밀었다.

'임상실험의 한 사람이 되어달라고?' 이 상황에서 또 서명을 하라니. 웃음이 나왔다.

잘 보이지 않는 종이에 더듬더듬 사인을 했다.


쓰고 왔던 94 마스크를 벗기고 플라스틱 마스크로 바꿔 씌웠다.

숨이 막이고  너무 답답했다. "선생님 너무 답답해요, 숨을 못 쉬겠어요."

"긴장 푸시고 천천히 숨 쉬어보세요." 선생님 말대로 천천히 숨을 한 번 두 번 쉬었는데...

꿈이었는지... 가윤이가 보였다. "가윤아!!"하고 부르면서 눈을 번쩍 하고 떴다. 

깨어남과 동시에 현실을 마주했고 고통과 추위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선생님, 너무 아파요. 추워요."라고 외쳤다. "송미정 님 마약성 진통제 들어갑니다."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순식간에 고통이 사라졌고 따뜻한 바람이 이불속으로 들어왔다. 


수술이 끝났다. 손으로 더듬더듬 왼쪽 가슴을 만져본다. 붕대가 감겨있었다.

'난 정말 운이 좋구나 2차 수술은 없구나! '

침대에 누운 채로 병동으로 옮겨졌다. 침대가 흔들릴 때마다 멀미가 나며 토할 것 같이 어지러웠다. 

어지럽다고 머리 아프다고 여러 번 말했던 것 같다. 

신랑은 병동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 후 쉬는 게 아니고 수술 직후 해야 할 검사들이 있다고 여기저기 끌려 다녔고 그럴 때마다 "못하겠어요. 무서워요."라고 했지만 내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다. 

내가 못하겠다고 아무리 말해도 검사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모든 검사를 마치고 병동에 누웠더니 6시가 넘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수술이 일찍 끝났다고 했다.

그런데 아무도 수술 결과를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에필로그-

이 글을 쓰면서 내가 수술방 들어갈 때 신랑의 감정을 알고 싶어 졌다. 

(내가 아기 낳을 때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던 사람이다. 확신의 T인간이다.)

이번에 대단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기분이 어떻긴, 떨렸지. "

"울었어? 큭 "

"울었지."

"진짜? 오빠가?"

"너처럼은 아니고 그저 눈물이 그렁그렁 했다. 이 정도, 뭘 그렇게 물어, 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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