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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Mar 28. 2024

이젠, 안녕

병실을 같이 쓰던 할머니가 퇴원했다. 

축하한다고 손뼉 쳐드렸다. 집에 가셔도 더 건강하시길 마음으로 바랬다. 

할머님 보호자님께 신세 많이 졌다."그동안 너무 감사했습니다. 잊지 못할 거예요."라고 눈물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낮에는 감자탕이 메뉴로 나왔다. 비주얼로만 봤을 땐 감자탕인가 싶게 좀 부실했지만 

고기가 살만  발라져 나오니 환자가 먹기엔 편했다. 

만약 내가 했던 사업장에서 이렇게  살만 드렸으면 이게 감자탕이냐며 클레임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아주 좋은 것 같다. 

반찬으로는 봄동 겉절이가 나왔다. 이맘때쯤 나도  자주 제공했던 메뉴이다.

지금이 바로 봄동이 제철이다. 봄동 겉절이를 한입 먹으니 영양사 했을 때 생각나는 것 같다. 

입원해 있으면서 병원 영양사들을 가끔 본다. 나도 불가 며칠 전엔 저랬는데 지금은 다른 옷을 입고 누워있다. 영양사가 병동으로 내려와 영양교육도 하고 배식하는 여사님 교육하는 것도 보게 된다. 

왔다 갔다 바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는 감정과 나도 얼른 나아서 다시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급식은 맛없어.' 덮어 놓고 이런 말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속상하다.

몇백 명의 식사를 만드는 것 보통 일이 아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같이 출근해 매 끼니 정성을 다해 만들어 주는 현실을 나는 안다. 많은 사람의 수고와 고생이 있는 한 끼라는 것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병원에 입원하면 병원 생활 안내서를 주시는데 그 파일 안에 많은 종이들이 들어 있다.

그중 <고객의 소리>라는 종이에 천사 간호사님들에 대해 몇 자 적어 통에 넣었다. 

간호사님들 덕분에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많이 회복됐다는 내용으로 적었다.

통에 넣고 얼마 안 됐는데 수간호사님이 찾아왔다. 

"이거 쓰신 분 송미정 님 맞으시죠?" 했다. 

이름을 쓰지도 않았는데 내용을 읽고 내가 쓴 것을 알았나 보다. 

"우리 간호사들이 글 읽어 보고 이건 내 이야기잖아, 이러면서 좋아하더라고요. 

몸도 불편한데 이렇게 정성스럽게 글 써주셔서 감사해요."라고 말씀하셨다.

"병원에 있으면서 몸도 그렇지만 마음이 좀 힘들었는데 친절한 간호사님들 덕분에 마음의 치유도 많이 받았네요."라고 했다.

"이런 칭찬고객소리에 저희는 힘이 많이 나요. 감사합니다. "하고 나가셨다.

감동을 다시 돌려줄 수 있음에 행복했다. 병원에 있어보니 모든 게 참 고맙다. 

몸의 아픔은 혼자 이겨내야 하지만 그 외 나머지, 주위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 슬기롭게 병원생활을 잘했던 것 같다. 


내일이면 나도 집으로 돌아간다. 퇴원하기 전 퇴원교육도 받았다. 

이젠 내가 직접 해야 하니깐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본다.

꿰맨 부위에 소독약을 붓고 연고를 바르고 메디폼을 붙이면 되는 것이다.

내 몸인데도 남의 몸 같은 느낌, 아직도 내 몸을 정확히 바라볼 수 없다. 

전공의 선생님이 드레싱을 마치고 피주머니 정리해 주겠다고 했다. 피주머니 빼는 게 아프다고 들었다. 

"선생님!! 잠깐만요. 아악 저 너무 무서워요."

"괜찮아요. 금방 끝나요."

"아악 선생님. 저 못할 것 같아요." 하며 선생님의 가운을 나도 모르게 붙잡았다. 

'엥?'

해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아프지도 않았다. 대체 누가 이런 헛소문을 내는 건지. 

드디어 피주머니를 뻈다. 이젠 옆구리에도 자유가 조금씩 찾아온다. 


옆 환자분이 가고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아 더 이상의 신규 환자는 들어오지 않겠지 라는 생각을 했다.

퇴원날까지 1인실로 조용하게 편하게 쓸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는데 병원은 그렇게 호락호락 한 곳이 아니었다.


다음날 

어김없이 새벽 5시 간호사 선생님의 안부 인사. 

축구가 한참 하던 때여서 새벽에 오는 간호사님들께 축구 결과를 물어보는 사이까지 되었다. 

평범한 이야기 하며 웃기도 하지만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오늘도 역시나 발에 꽂은 주사가 또 말썽이다. 내일이면 퇴원인데. 가는 날까지 말썽이다.

내가 무섭다, 못하겠다 해도 다 하게 되어있다.

주사 다시 꽂으면서 피검사도 함께 한다고 했다.

"선생님. 제발 한 번에 부탁드려요."

"저도 한 번에 끝내 드리고 싶어요. 해볼게요."

"아악."

이번엔 틀렸다. 한 번에 못 들어갔다. 

"혈관이 터졌어요."

'에라이. 더럽게 아프다.'

주사를 많이 맞았지만 적응되지 않는 것 같다. 맞을 때마다 손과 발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오늘이 바로 집에 가는 날이다. 

드디어 몸에 있는 주사기를 모두 다 빼고 신랑이 데리러 오기 전에 입고 왔던 내 옷으로 갈아입었다.

안경을 벗고 렌즈로 갈아 끼고 선크림도 발랐다. 열흘동안 감지 못했던 머리는 모자로 가린다.

집에 가면 제일 먼저 머리를 감을 것이다. 

머리 감을 일이 이렇게 설렐 일인가.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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