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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02. 2024

내가 재활을 한다고?

유방암 센터를 시작으로 협진과 예약이 줄줄이 사탕으로 이어져 있다.

빅 5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만약 그때 서울에서 수술받았으면(이렇게 외래가 많이 잡힐지 몰랐다.)

몸도 불편한데 멀리 자주 다니기 힘들었을 것 같다. 왜 일차 병원에서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서 수술받으라고 신신당부했는지 알 것 같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나면 팔이 저리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역시나 나도 그렇다.

팔이 하루종일 저린다. 발 저릴 때처럼 팔이 절절댄다. 나는 하필이면 오른쪽이라 일상생활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오늘이 바로 재활치료받는 날이다.

재활치료받으면 지금 보다 많이 좋아지겠지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병원에 들어간다.

병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입고 온 옷을 벗고 검사복으로 갈아입는다. 분명 설렘으로 들어왔는데

뻣뻣한 느낌의 가운을 입으면서 갑자기 너무 슬퍼졌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가 싶어 마음이 무너진다.


재활치료를 바로 받는 것이 아니고 전신을 엑스레이 촬영을 한다. 아주 디테일하게 찍어댄다.

가슴도 조심해야 하고 팔도 아파 엑스레이 촬영이 불편했지만 하라는 대로 숨참고 끝냈다.

영상이 재활치료과로 넘어가기까지 대기실에서 기다린다.

아주 어린아이들도 재활치료센터에 들어가려고 기다리고 있다. 진료실 안에서는 애기들의 울음소리가 많이 들린다. 애기들의 뒤로 넘아갈 것 같은 울음소리가 마음이 아프다.

의사를 만나기 전 전공의가 면담실로 불렀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최대한 자세히 나의 상태를 설명하려 애썼다. 잘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30분 정도 지나 이름이 불리고 진료실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의사일 거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주 젊은 의사가 앉아있어 좀 놀랐다.

의사는 엑스레이 촬영본을 보면서 뼈의 상태 및 팔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일어나 벽에 붙어 팔을 올리수 있을 때까지 들어 올리라고 했다. 잘 못 올리니 선생님이 팔을 들어 올렸다.

"아아악. 선생님. 저 여기까지 밖에 못 올리겠어요. 아악. 거기 까지는 아악 못해요. 그만이요."

선생님은 줄자로 얼마큼 올라가는지 체크하셨다. 등에서 땀이 난다.

"환자분의 상태를 보면 림프절을 그렇게 많이 건들지는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 올리는 것을 어려워하고 현재 몸이 많이 경직되어 있어요. 재활치료를 3-4회 정도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방암 수술 직후엔 팔을 잘 못써도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게 되어있는데 요즘은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오게 하기 위해 재활을 협진하고 있어요. 저희가 알려주는 운동 열심히 하시다 보면 금방 좋아지실 거예요."라고 하셨다.

팔을 쓰면 안 될 것 같아 퇴원하고 팔에 깁스한 것처럼 다녔다. 언감생심 팔의 스트레칭은 생각도 못했다.


재활센터는 예약시간이 있었고 그 시간이 되면 운동할 수 있는 진료실 문이 열린다.

재활치료는 25분 정도 라고 했다.

진료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는데 병동에서 침대채 이동하시는 중증 환자 분들이 꽤 많이 계셨다.

시간이 되니 문이 열리고 환자들이 들어가 나도 따라 들어갔다. 어디로 가서 하는 건가 두리번거리는데 창가 쪽에서 여자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부른다.

"머리를 이쪽에 대고 누워보시겠어요?" 다정한 말투의 젊은 여 선생님이다.

따뜻한 손으로 오른쪽 팔의 근육을 풀어주셨다. 마사지를 받으면 창밖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눈물 흘리는 내 모습에 깜짝 놀라며

"여기 많이 아프세요?" 하셨다.

"그게 아니고 어쩌다 내가 재활치료까지 받는 상황이 되었나 싶고 어쩌다 내 팔이 이렇게 망가졌는가 싶어 눈물이 나네요." 했다.

생각할수록 내가 너무 가엾다. 누워있는 이 공간이 믿어지지 않는다.

"몸 치료 말고 마음을 치료받아할 것 같아요. 아픈 것도 아닌데 눈물이 주책없이 나네요." 했다. 그러자 재활 선생님이

"저도, 눈물이 엄청 많아요. 누가 울면 같이 우는 사람 있잖아요. 눈물이 많은 건 어쩔 수 없어요. 괜찮아요.

환자분이 우니깐 저도 마음으로 철철 울고 있어요." 하셨다. 나와 같은 F를 만났다.

눈물을 닦고  "선생님, 저 열심히 운동해서 예전처럼 평범해질 거예요."라고 나의 다짐을 전했다.

"당연히 그렇수 있죠. 그렇게 될 거예요."라고 열열한 응원을 받았다.

스트레칭을 하는 중에 아파서 다리를 동동 구르기도 하고 낑낑 소리도 내며 진땀을 찔찔 흘리면서 25분의 치료를 마쳤다. 나가려는데 F 여선생님이 불렀다.

"마음 너무 급하지 먹지 말고 조금씩 움직여보세요. 이 재활치료는요,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고 환자 본인을 위해서 하는 거예요. 아프다고 안 움직이지 말고 조금씩 해보세요. 파이팅!!"라는 그 마지막 말에 눈물이 나올뻔했는데 꾹 참고 파이팅 하는 포즈를 보이면서 나왔다.


밖에서 기다리는 엄마가 나를 보더니

"너무 고생했지. 아휴, 힘들었네." 하며 등을 쓰다듬어 주는데 참았던 눈물이 또 펑펑 나왔다.

엄마는 내가 아파서 우는 게 아니라 이 상황이 기막혀 우는 건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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