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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03. 2024

눈물의 여왕은 바로 나


오른쪽 가슴을 전 절제 수술해 왼쪽과 사이즈 균형이 맞지 않는다. 일반 속옷은 입지 못하고 병원에서 준 속옷으로 입고 오른쪽 가슴 안에 노란 스티로폼 같은걸 함께 끼워 넣는다. 아직은 옷이 두꺼워서 인지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는다. 

유두 없앤 그 자리엔 한일자(一)로 주욱 꿰맨 자국이 있다. 그 부위를 덧나지 않게 매일 소독해주어야 한다.  소독하는 게 무섭고 떨린다. 아파서라기보다는 수술한 가슴을 자꾸 열어야 한다는 것도 싫고 내가 내 가슴을 마주자신이 없다. 예전과 다른 가슴을 전신거울로 비춰 보기가 두렵다.

두려워하는 나를 대신해 소독은 매일 아침 신랑 담당이다. 우리 집의 주치의다.

아침부터 가슴을 내밀고 소독해 달라는 내 마음도 불편하다. 출근하는 시간은 일이 분이 아쉬운데 그걸 알면서도 짐을 지워주게 돼 미안하고 고맙다. 


머리는 감을 수 있지만 샤워는 실밥을 풀 때까지 샤워는 하면 안 된다고 했다. 

며칠 샤워를 못하니 미칠 지경이다.  따뜻한 물에 시원하게 샤워하는 꿈도 꾼다. 

씻지 못하는 것도 참 곤혹스러운 일이다. 


오늘은 성형외과 외래를 보러 가는 날이다. 딸이 "엄마 오늘은 울지 말고 잘하고 와." 했는데 안 울 자신이 없다. 몇 번 와봤다고 익숙한 성형외과 진료실 

주치의 선생님 얼굴을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라는 말대신 무서워요."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선생님은 "절대 아픈 게 없으니 울지 마세요." 했다. 하지만 한번 터진 눈물을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간호사 선생님이 커튼이 쳐 있는 침대 안에서 옷 갈아입고 누으라고 했다. 

눈물을 흘리며 옷을 갈아입고 천장을 바라보며 침대에 누웠다. 오늘 할 시술은 실밥을 풀고 가슴을 부풀리는 약을 주사로 주입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마스크 안에 있는 이빨이 덜덜 떨렸다.

"선생님... 저 너무 무서워요... 실밥을 푸는 건 아픈 거예요? 주사는 어떤가요?"라고 물었다. 

"아마 그 부위에 감각이 없어서 모르실 거예요."라고 간단하게 답 하셨다. 

그렇다. 나는 지금 오른쪽  가슴 및 흉통에 아무 감각이 없다. 의사 선생님은 가위로 실밥을 뜯어 냈다.

아프지 않은데 숨이 넘어갈 듯 무서웠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니 간호사 선생님이 쓰고 있는 마스크를 벗겨주시면서 "환자분 숨 천천히 쉬세요. 괜찮아요." 하셨다. 마음을 진정하려고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했다. 

내가 하두 무서워하니 주치의 선생님이 앞으로 암 치료 과정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셨다. (항암 혹은 방사선 치료가 있는지 등) 듣긴 했지만 정신없이 두려워 의사 선생님 질문에 대답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엔 주사기로 약을 주입하는 차례. 무서워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선생님 말처럼 주사기가 꽂히는지 느낌도 없다. 그러다 "어어... 어억. 가슴이... 가슴이 너무 무거운데요. 으윽... 아픈 게 아니라 윽... 선생님 가슴이 너무 답답해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시술이 모두 끝났다고 했다.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힘들 정도로 가슴이 묵직했다. 마치 내 오른쪽 가슴이 돌에 꽉 눌린 오이지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다음 시술부터는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 주사는 매주 한 번씩 5번 정도 맞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다음 예약은 밖에서 잡아드릴게요." 하는 간호사를 따라 나왔다. 

"엄마 나 가슴이 너무 무겁고 힘들어. 똑바로 못 서있겠어." 

몸이 앞으로 자꾸만 숙여진다. 

"주사를 5통을 넣더라. 인턴선생이랑 간호사들이 눈치를 쓱쓱 보더라. 생각보다 많이 넣었나 봐." 

진료실에 같이 들어와 있던 엄마가 커튼 밖에 상황을 말해주었다. 

따라 나왔던 간호사님이 

"다음 주 화요일 10시까지 오시면 되고 오늘 저녁에 샤워하셔도 됩니다. 무인수납기에서 수납가능하세요."라고 하셨다. 샤워를 해도 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주치의 선생님 말처럼 아픈 게 아닌데 아프지 않은데...

수술하기 전에는 이런 검사쯤은 씩씩하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했는데 

요즘 외래 때문에 병원에 가면  왜 그렇게 무서운지 모르겠다. 

삼켜내지 못하는 감정들에 스스로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오늘도 어른스럽지 못하게 무섭다는 감정을 다 드러내고 말았다.


모든 사람들은 울지 말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나보고 씩씩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 눈물이 나온다. 

나는 원래 씩씩하고 용감한 사람이 아닌데 그게 어떻게 하는 건데?

하지만 분명한 것은 내일은 몸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거다.

몸이 괜찮아지면 내 마음도 오늘보다는 단단해질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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