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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04. 2024

엄마 손은 약손


거의 한 달 만에 샤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벗은 몸을 보기가 두렵다. 아직도 나는 예전과 달라진 내 오른쪽 가슴을 똑바로 볼 수가 없다. 이럴 땐 시력이 좋지 않은 게 다행이다 싶다. 

머리도 감고 조심조심 간단히 샤워도 마쳤다.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은 잠시뿐 

어깨가 빠져나갈 것 같이 아파왔다. (그 당시 어깨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팔 림프 부분의 순환이 안 됐던 것 같다.) 수술 날의 고통까지는 아니었지만  뻐근하고 불편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래도 주사의 영향인 것 같다. 가슴에 큰 돌덩이를 얹어두고 꽉 짓누르는 것 같았다.

무겁고 답답하다. 내 가슴이 이렇게 무거웠었나...

다음날 주사의 부작용인가 싶어 성형외과 병동으로 전화를 걸었다. 

"월요일 주사를 맞았는데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요. 혹시 잘 못된것가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주치의 선생님이 아니고 다른 여자 선생님이었다. 

"아. 그날 좀 주사를 많이 넣으시긴 하더라고요. 혹시 열감이 있으실까요?"

오른쪽 가슴을 만져본다. 다행히 열감은 없었다. 

"젖몸살처럼 아프시면 병원으로 다시 오셔야 해요."

"아~젖몸살 그 느낌 알아요."

젖몸살이라면 지겹게 느껴봐서 정확하게 알고 있다. 아이를 출산하고 후회 없이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또 나는 열심히 노력했다. 그중 모유수에 집착을 했는데 어쩌면 그때 내 가슴이 너무 혹사당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가 잘 빨지 못해서 밤낮으로 유축했다. 젖양도 부족하지 않게 열심히 물도 마셨다.

그러다 젖몸살이 하루가 멀다하고 겪었다. (타이레놀을 비타민 처럼 먹었다.)

젖몸살이 나면 가슴이 땡땡해지면서 열이 난다. 땡땡하게 불은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다 짜내야 한다. 통곡의 시간이다. 이러다 사람 죽겠다면서 친정엄마가 말려서 모유수유를 중단했다. 

이놈의 '열심 육아'는 모유수유에 이어 이유식까지 뻗어 나갔다. 잠도 안 자고 다양한 이유식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는것이 후회하지 않는 육아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나고 보니 한낱 광기에 불가했던 것 같다. 

"젖몸살로 설명하면 다들 잘 알아들으시더라고요."

"증상이 생겨 병원을 가면 어떻게 치료가 되는 건가요? 약 처방해 주시는 건가요?"

"넣었던 주사액을 다시 빼낼 거예요."

"허억!! 아... 그렇군요. 약을 먹는 게 아니었군요."

"약은 소용없어요. 빼내는 수밖에 없어요."

땡땡하게 모유로 불은 가슴을 짜내는 것이 방법이었던 것처럼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네. 오늘 하루 더 지켜보고 못 참겠으면 방문하겠습니다."라고 통화마쳤다. 


내 마음과 같이 요즘 날씨가 계속 우중충 하다. 

딸이 학원을 가고 집에서 멍하니 티브이를 보고 있는데 엄마가 집으로 왔다. 

"엄마 어쩐 일이야?"

"네가 저번에 붕어빵 먹고 싶다고 했잖아, 길 가다 보여서 사 왔어. 따뜻할 때 먹어봐."

붕어빵을 많이도 사 왔다. 습해서 그런지 붕어빵들이 축축 쳐졌다. 

컨디션이 별로여서 그런지 그렇게 먹고 싶었던 붕어빵이 넘어가질 않았다. 

엄마는 내 얼굴을 보더니. "왜 이렇게 푸석해? 어디 아프구나." 하셨다.

"엄마, 나 여기 팔이 너무 저려, 어젯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잤어, 가슴이 너무 답답해서." 팔이 온종일 절절 끊는다. 하루종일 절절 저린다. 

"여기가 그래? 잠을 못 자서 어쩌니." 하면서 내 팔을 주무르며 쓱쓱 쓸어주시는데 

입원기간 동안  엄마 김치를 먹고 눈물이 '퍽' 하고 나왔던 것처럼 엄마의 손길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퍽' 하고 쏟아졌다. 

"나, 엄마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내가 얼마나 괴롭고 아픈지는 의사도 모를 거야, 엄마니깐 아는 거지.

미안해. 고마워."눈물콧물 흘리며 말한다.  "그렇게 큰 수술을 했는데 힘들지 힘들어."라며 엄마도 울먹인다. 역시 엄마 손은 정말 약손이다. 엄마 손이 스쳐간 후에는 저린 게 거짓말 처럼 점점 사라졌다.

또 밀린 집안일(설거지, 정리하지  못한 빨래등)까지 해주셨다. 그게 어찌나 미안하고 고마운지 엄마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몸이 안 좋은 나를 위해 부리나케 퇴근한 신랑이 스트레칭도 해주고 유리 같은 멘털도 관리해준다.

"안된다, 나는 왜 이럴까 신세 한탄하지 말고 괜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걷는 운동보다는 스트레칭 열심히 해봐, 깁스한 것처럼 경직된 있으니 그런 거야. 조금씩 근육을 쓰다 보면 좋아진다니깐 진짜야!"

신랑 말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니 팔 저리는 게 훨씬 괜찮아졌다. 팔을 늘리다 보면 겨드랑이가 터지거나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럴 때 재활의학과 선생님 말을 떠올린다. 

"유방암 환자분이 스트레칭해서 겨드랑이와 가슴이 터지는 경우는 한 번도 못 봤어요. 쉽게 터지지 않아요."그렇다 사람의 몸은 강하다. 터질 것 같은 느낌이지 절대 터지지 않는다! 

내일도 비가 온다는데 내일은 제발 날씨에 지지 않는 컨디션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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