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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26. 2024

삶은 계속된다.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에서 유방암 걸린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지만 책을 통해 유방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내가 치료 받았던 병원에서는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강의를 매달 한다고 했다. 다니는 병원에 암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살펴보는것도 병을 이겨내는데 좋은 방법이 될것이다. 

혹은 퇴원후 치료의 목적으로 요양병원 들어가는 환자분들도 많다고 한다. 그 안에서 모임이 이루어지고 희망의 응원들도 서로 나눈다고 들었다. 그러나 나는 둘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통해 내 병에 대해 알아간다.사실 의사들도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고 물론 나도 몰라서 물어보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 였을 것이다. 

지난번 탈의실에서 만났던 유방암 선배는 본인이 허투이며 호르몬양성타입이라고 자신의 타입을 설명했다. '허투? 호르몬 양성? 0기, 1기처럼 기수만 알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외래어 같은 그 말들을 흘려 들었다. 그 유방암 선배는 탈의실에서 나가면서 "차라리 호르몬 양성타입이 더 낫데요." 라고 했다. 대체 뭐가 낫다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그 당시에는 유방암의 암 타입보다는 항암치료를 하느냐 방사선 치료가 있느냐가 나에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여러 책을 읽어보면서 유방암에는 타입이 여러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타입이라는 것들에  따라 치료 방향이 정해지는 것이었다. 나는 호르몬양성타입이었던 것이다.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과 같이 여성호르몬과 반응하면 호르몬 양성이라고 한다. 그 외 허투(HER2) 단백질과 반응하면 허투 양성, 둘 다 반응하면 삼중 양성, 모두 해당하지 않으면 삼중 음성이라고 한다. 

유방암 환자의 대부분이 호르몬양성이 많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진행이 더뎌 순하다고 한다는데 다른 타입에 비해 오래 치료받을 수 있다고 한다.(유방암이지만 괜찮아-타샤) 

10년 이후에도 재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했다. 5년이 끝이 아니고 10년, 아니 끝까지 이 병과 지내야 한다고 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이래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는 건가.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까 싶기도 하다. 나는 경험해 보지 않았지만 항암치료과정, 그리고 방사선 치료 과정들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치료하는 것처럼 속이 안 좋아지고 가슴이 딱딱하게 뭉치는 느낌이 든다. 단지 머리가 빠지는 게 문제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암치료하는 동안  멀미하는 느낌을 하루종일 느껴야 하고 항암주사를 맞기 위해 계속 주삿바늘에 찔려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고통스럽다. 매번 혈관에 주사를 놓으면 힘들기 때문에 정맥주사를 박아놓기도 한다고 하는데 몸에 정맥주사를 꽂아 놓을 수 있는 관이 있으면 얼마나 성가스러울까. 게다가  심하면 손발톱도 모두 빠질 수 있다고 하니 약이 얼마나 독한지 무서울 지경이다.


이래도 착한 암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에라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방사선 치료는 별것도 아니라고 했구나 싶었다. 책을 통해 방사선 치료 후기를 읽고 있으면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방사선 치료를 받은 가슴의 피부는 까맣게 변하기도 하고 피부가 벗겨지기도 한다고 한다. 게다가 대부분 방사선 치료는 횟수가 적지 않다. 유방암 환자는 감시 림프절을 해서 팔이 아프다. 그런데 방사선 치료를 받으려면 팔을 대략 45도는 올리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치료 중에 액화막 증후군 혹은 림프부종 이 오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이 두 가지는 치료를 받지 않아도 유방암 환자들이 많이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이라고 한다. 나 또한 수술 후 팔이 가장 아팠고 불편했었다. 액화막증후군은 겨드랑이랑이에 팔 쪽으로 이어지는 긴 띠모양의 구조물이 보이거나 잡히는 증상을 말하는데. 보통은 수술 후 6-8주 사이에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하지만 그보다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하니 늘 조심해야 한다. 액화막증후군이 오면 재활치료를 받으면 된다고 한다. 다 나았다고 괜찮다고 팔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절대 안 되는 것 같다. 언제나 늘 조심히 다뤄줘야겠다. 


나는 호르몬양성타입으로 타목시펜이라는 약을 한 종류 먹고 있는데 알고 보니 호르몬양성타입이라도 여러 종류의 약을 드시는 분들도 있고 주사와 약을 병행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 한 알 먹으면서 '만약 생리가 끊기면 어쩌지. 갱년기 증상이 오고 있는 거야 아니야?' 하며 몇 달 먹지도 않고 참 호들갑 떨었다 싶다. 

갱년기 증상이 대체 뭘까 궁금했다. 엄마는 추웠다 더웠다가 반복됐다고 했고  다른 조리사님들이 말을 들어보면 불면증, 골다공증 관절염, 체중증가, 감정기복 등을 겪은 분들이 계셨다. 

나는 아직 이런 걸 겪을 나이가 아닌데 이 병 때문에 이 호르몬제 때문에 노화를 앞당겨야 한다는 것이 제일 화가났다. 그래도 별수 있나, 암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먹어야지. 호르몬약은 한번 먹으면 5-10년 동안 먹어야 한다고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될 수 있으면 같은 시간에  먹어야 한다고 약사님이 설명해 주셨다. 

혹시나 빼먹는 날이 있을까 싶어 알람을 2개 맞춰두었다. 그래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데 까먹는 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은 다음 복용시간이 얼마나 남지 않았다면 건너뛰어도 좋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아침에 약을 먹기로 결정한 나는 주말에도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약을 먹는다. 약 덕분에 저녁에도 일찍 눕는 규칙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 


유방암에 걸리고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이렇게 오래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한 달이면 내 이야기가 다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두 달째 매일 달려오고 있다. 유방암에 걸려 느꼈던 감정들을 글로 쓰다 책까지 읽으며 공부까지 하게 되었다. 매일 해야 하는 일이 없어 이 시간을 다 어떻게 써야 하는 찰나에 글쓰기 있어 외롭지 않았다. 그러면서 내 몸에 좋은 음식, 그리고 필요한 영양제는 무엇인지, 팔 림프부종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게 되었다.

매일 해야 하는 걷기 운동인데 매일 하기 싫다. 하기 싫은 마음이 불쑥 올라올 때 '회사에 나간다고 생각하자. 나의 회사로 가보자.' 하며 나온다. 내 기준에 회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하철이 고장 나도 어떻게든 가야 하는 곳이다. 오늘도 이런 마음으로 홀씨들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걷고 또 걷는다.

오늘의 플레이리스트의 <싸이의 감동이야> 노래가 흘러나왔다. 

오늘만이라도 다 울어도 괜찮아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잖아
Life is stage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아도 그냥 웃어 살아 살아가다 보면 알아 
Life goes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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