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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pr 30. 2024

행복의 레시피-핫케익가루

카톡이 울린다. 친구들의 모여 있는 단체방이다. 텍스트가 아닌 사진이었다. 

"나 오늘 이거 만들었어. 애들이 맛있다고 난리 났다." 하며 뒤이어 메시지가 들어왔다. 

사진을 확인해 보니 카스텔라였다. 오늘 친구의 사진을 보니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 

출산 예정일보다 아이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촉진제를 맞고 누워있는데 보드랍고 달콤한 카스텔라가 먹고 싶었다. 그냥 먹고 싶은 정도가 아니라 미치도록 먹고 싶었다. 

시원한 우유와 카스텔라를 먹으려면 빨리 아이를 낳아야 하는 수밖에 없다. 

예쁜 아이 얼굴을 떠올리며 출산을 한 게 아니고 "카스텔라!!!"를 외치며 아이가 태어났다. 


보통 카스텔라는 집에서 만들 수 없는 음식이지 않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만들었다고 하니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와~ 이거 어떻게 만든 거야? 나도 알려줘!"라고 답장을 했다. 

"이거 별거 없어 쉬운 거야. 노오븐 베이킹이라고나 할까."라고 한다. 노오븐 베이킹이라고 하니 더욱 구미가 당긴다. 사실 베이킹은 어렵다. 알려준 레시피 대로 해도 집에 있는 오븐 사양에 따라 달라진다고 할까 물론 베이킹만은 아니고 요리도 그렇지만 말이다.  친구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핫케익가루와 밥솥을 이용해서 만드는 거야. "

'핫케익가루'는 그야말로 마법의 가루이다. 힘들이지 않아도 달콤한 빵이 뚝딱하고 완성되기 때문이다. 

집에 있는 압력밥솥으로 카스텔라를 만든다? 이거야 말로 진정 엄마표 요리가 아닌가. 

친구가 알려준 레시피를 복사한다. 매번 만들어야지 하지 마음만 먹고 있다 텅 빈 밥솥을 씻으며 오늘이 바로 카스텔라 만드는 적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표 밥솥 카스텔라 레시피는 이렇다

1. 볼에 계란 두 개를 깬다

2. 핫케익가루 300G과 우유 150ML를 넣고 녹인 버터 한 덩이를 넣어준다.

*버터의 양은 저울로 재지 않았다. 대략 이만치...

많이 넣으면 맛있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넣었다.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반죽에 섞어준다. 


3. 그리고 잘 섞어주면 된다. 그럼 끝이다. 

원래는 프라이팬에 구워서 핫케익을 만드는 것인데 밥솥에 넣고 만능찜으로 20분 정도 구워줄 것이다. 

4. 밥솥에 남은 버터를 발라주고 반죽을 붓는다. 

5. 만능찜으로 돌리고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준다.


"쿠쿠가 맛있는 만능찜을 완성하였습니다."라는 알람이 울리고 설레는 마음으로 뚜껑을 돌려 열었다. 

세상에 너무 예쁜 달이 떠있다. 겉만 이렇게 번지르하고 속은 안 익었을까 봐 반으로 갈라 본다. 

여차 하면 다시 밥솥으로 들어서 20분간 더 찜 쪄줄 생각이었다. 

살살 반으로 갈라보니 안까지 잘 익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만족스럽다. 갓 나온 빵에서 뜨거운 김이 폴폴 난다. 식구들이 모두 저녁을 먹었지만 방금 만든 빵을 참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다 먹긴 양심을 찌르니 카스텔라의 4/1을 자른다. 그리고 그 위에 메이플 시럽을 뿌려준다. 

빵만 먹긴 아쉬우니 집에 있는 각종 과일과 함께 놔준다. 카스텔라만 있는 것보다 훨씬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카스텔라는 우유에 찍먹 해서 먹는 게 진리인데 아까 카스텔라 만든다고 우유를 다 써버렸다. 

보드라운 카스텔라를 잘라 입에 넣는다. 밖에서 사 먹는 카스텔라의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맛이 나쁘지 않다. 

그렇게 달지도 않고 적당히 도톰해 빵의 기본을 갖추었다. 신랑이 한입 먹어보더니 "오~ 이거 괜찮은데. 맛있어."라고 한다. 입이 까다로워 아무거나 잘 먹지 않는 딸의 포크가 쉴세 없이 움직인다. 가족들이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 이 모습을 보려고 힘들어도 자꾸 요리를 하게 되는 것 같다. 



가족들과 이렇게 평안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참 행복하다. 별것 아닌 하루가 감사하다. 바쁜 시간을 보낼 때는 행복이 뭘까? 라며 행복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매었는데 행복은 매일매일이었다. 

내가 음식을 보고 친정엄마를 떠올리는 것처럼 딸도 커서 행복이 뭔지 찾을 때 별거 없는 오늘의 식탁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딸도 알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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