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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ug 07. 2024

수술후 6개월 정기검진

유방암 수술을 끝내고 벌써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 수술했을 때 보다 몸은 훨씬 좋아졌다. 팔의 움직임도 컨디션도 아주 좋다. 

그렇지만 아직은 수술한 가슴과 등, 겨드랑이가 불편하다. 특히 전절제한 오른쪽 가슴은 일상생활에서는 불편하지 않지만 옆으로 눕는다거나 엎드리는 것은 하지 못한다. 겉으로 보기엔 유방암이라는 것을 알지 못할 정도로 예전과 똑같지만 이 불편함은 수술한 나만 알 수 있다. 

긍정의 기운을 끌어올려보며 '그래, 남들이 보기에 멀쩡해 보이니 얼마나 다행이야.'라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 본다. 의사 선생님 말이 빠르면 4개월 늦으면 6개월이면 돌아온다고 했던 잘려나간 신경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아무 느낌 없는 가슴으로 평생 사는 건지. 이런 먹먹한 느낌으로 평생 살아야 하는 건지 궁금하다. 이렇게 살아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 또 익숙해질 것이다. 


이제 곧 정기검진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일단 타목시펜을 장기간 복용하면 자궁내막이 두꺼워질 수 있다고 해서 자궁 쪽도 검사를 했다. 

깜깜한 초음파실에서 부직포 치마를 입고 침대에 누웠다. 

보통 산부인과 의자는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데 여기 대학병원 초음파실은 그냥 침대에 누워 진료를 본다. 

벌벌 떨면서 선생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김없이 여러 번 이름을 물어보고 진료를 시작한다. 

차분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데 자꾸만 마음이 덜덜 떨려 큰 숨을 여러 번 내쉰다. 

그런 내 모습에 선생님께서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무리 그렇게 말해줘도 (내 생각에) 길어지는 초음파 검사에 마음이 초초해진다. 

검사가 끝났다고 했다.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환한 대기실로 나간다. 역시나 이름이 호명되기까지 기다린다. 

부인과 선생님이 초음파 결과지를 보고, 나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볼 것도 없이 아주 깨끗해요. 6개월 후에 봅시다."라고 하면서 초음파 화면을 보여주셨다. 

그 말이 얼마나 기쁜 이 눈물이 살짝 맺힌 상태로 진료실에서 나왔다. 

다음으로 검사할 항목은 가슴 초음파. 가슴, 자궁등 초음파 참 많이도 한다. 

수술한 병원은 초음파 검사가 밀려 있어 다른 병원에서 검사해야 한다. 

처음 암 진단을 받았던 병원에 침대에 똑같이 누워 검사를 받았다. 암이라고 진단해 줬던 의사 선생님을 오랜만에 보니 나만, 반가운 마음이었다. 선생님 책상에는 똑같이 사각 티슈가 놓여있다. 

깜깜한 초음파실에서 왼쪽, 오른쪽 가슴을 초음파로 살펴본다. 혹시나 왼쪽 가슴에 문제가 있을까 가슴이 덜덜 떨린다. 누워 있는 시선 쪽으로 초음파 화면이 보인다. 사실 봐도 모르겠다. 

초음파를 끝내고 " 양쪽 가슴 모두 별 문제없습니다. "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고는 선생님은 홀연히 나갔고 

나는 가슴에 묻어있는 젤을 수건으로 닦고 궁금했던 것을 간호사님께 여쭤봤다. 

"왼쪽 가슴에 혹이 있었던 건 아니죠?"라고 물었다.  "네, 깨끗하세요. 이상 있었으면 표시할 텐데 전혀 없었어요."라고 말씀해 주셨다. 전에 왔을 때 와는 달리 가벼운 발걸음으로 주머니에 휴지도 없이 걸어 나왔다. 

자궁도 가슴도 모두 100점 받은 기분이다. 이 결과가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아직 간, 폐, 뼈 검사가 남아있다. 

며칠 전에 같은 유방암 환우에게 연락이 왔다. 가슴에 한일자로 난 수술 자국을 없애는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했다. 줄기세포 이식도 있고 피부 이식도 있고 레이저 치료도 있다면서 상담만 받아보자고 했다. 

그 유방암 환우는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했다. 나도 자신감은 떨어졌지만 수술을 하는 것, 그리고 아픈 것은 더 이상 하기 싫다. 그 상처보다 더 걱정되는 것은 수술한 오른쪽 가슴에 구형구축이 올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다. 언제쯤 이 모든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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