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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ug 10. 2024

서진이네 순두부찌개

금요일이 오면 설레는 이유 

바로 <서진이네 2>가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서진이네가 하는 동안에는 가족들 모두 엉덩이도 들썩이지 않고 열심히 본다. 뚝배기에 있는 음식들을 호호 불면서 먹는 모습을 보면 지금의 뜨거운 여름을 잊게 된달까. 

매회 내용은 비슷한데 출연진들이 헐레벌떡하는 모습과 손님들의 반응이 재밌다. 

무슨 음식이 어떻게 만드는 지도 궁금해서 열심히 본다. 

서진이네 보고 있으면 예전에 뷔페에서 아르바이트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손님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홀이건 주방이건 정신이 없다. 뷔페의 특성상 12-15시까지 18-21시까지 나뉘게 되는데 3시간 안에 돌잔치도 하고 예식도 하면 손님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어오면 정신없이 바쁘다.

돌잔치, 예식뿐 아니라 (약 20년 전) 환갑잔치도 많이 했었는데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그렇게 싸움이 난다. 접시가 날아가 벽시계가 깨지기도 하고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손님들도 많이 보게 된다. 약속된 시간이 끝났는데 마이크를 놓지 못하고 계속 노래하는 사람들... 다양한 음식만큼 뷔페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것 같다. 

손님이 있을 때는 빈접시만 치워주고 음료만 채워주면 되는데 손님이 다 빠지면 카펫의 홀 바닥도 쓸어야 하고 청소기도 밀어야 하고 잔반도 갖다 버려야 한다. 

그 외에 아이스크림 냉장고 안에 얼음이 쌓이지 않도록 매번 청소하고, 커피 자판기 안도 정리해야 한다. 

팔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힘들었는데 그만큼 일당의 좋았다. 그래서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손님들이 먹고 난 빈 접시를 산더니 같이 치우면서 '내가 조금만 공부 잘했으면 여기서 접시 나르지 않고 앉아서 과외 선생님 노릇하고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땐 정말 젊었다. 몸이 부서져라 주말마다 일했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거뜬했던 것 같다.   

그렇게 힘들게 일하지만 밤새 뒤풀이 하며 놀았고 다음날은 지각 한번 없이 학교 다녔다. 

지금은 허리가 안 좋아 발바닥이 아픈 신세가 되었고 생각지 못한 암도 경험하게 되었다. 아... 옛날이여. 

오늘은 서진이네에서 나온 해물순두부찌개를 만들어볼 것이다. 

날씨가 더운데 서진이네를 보면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다. 순두부찌개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그냥 만들면 의미 없으니 서진이네 레시피로 만들어본다. 

서진이네 40인분 레시피를 캡처해서 1인분으로 바꿔준다. 

똑같이는 말고 비슷하게 만들어 본다. 

순두부찌개의 핵심은 양념장이다. 

양파, 대파,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돼지고기, 소고기 넣고 익혀준 후 

고춧가루, 간장, 설탕, 소금을 넣어서 양념장을 만들면 된다. 

순두부찌개에 들어가는 양파, 호박, 해물을 준비하고 

뚝배기에 육수가 끊으면 만들어둔 양념장과 야채, 순두부를 넣고 보글보글 끓여주면 완성이다. 

시원하고 맛있는 순두부찌개가 완성되었다. 땀 흘리며 만들고 땀 흘리며 먹었는데, 

내가 만들었지만 참 맛있었다. 

다진 돼지고기, 다진 소고기가 남아서 동그랑땡까지 만들었다. 

동그랑땡을 먹어본 신랑이 사 먹는 전보다 훨씬 맛있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것으로 오늘의 요리 힘듦이 싹 씻겨 내려간다. 

아이슬란드에는 갈 수 없지만 한여름 우리 집에서 서진이네 순두부찌개 만들어 먹었다. 

다음에는 육전비빔국수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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