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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 미정 Aug 19. 2024

정기검진하는 날

오늘은 아이의 개학날이다. 드디어 기다리던 그날인데, 하필 오늘 암 수술 정기검진 하는 날이다.

아침 9시까지 방문하라고 해서 평소에 일어나던 시간보다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을 떨어본다.

아이 아침밥도 챙겨야 하니 간단하게 밥에 조미김 돌돌 말아서 준비해 둔다.

꿈나라에 있는 아이 깨워서 머리 묶어주고 나갈 마무리준비한다. 얼마나 차가 많이 막힐까 네비를 찾아본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40분이나 걸린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김영철 라디오를 들으니 신이난다.

어쩜 정확하기도 해라 접수하니 딱 9시다. 채혈하는 장소에 가서 접수증을 내고 기다리는데 몇 달 전에 해둔 피검사가 있어서 이렇게 일찍 올 필요 없단다.

이런이런....

데스크 제일 앞에 피곤해 보이는 간호사가 10시에 예약된 엑스레이 시간까지 기다리라고 했다. 눈썹을 휘날리게 달려왔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여유시간이 생겼다.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

귀에 이어폰을 꽂고 동영상을 틀고 멍하니 보았다. 유튜브가 없었다면 한 시간이 엄청 지루했을 텐데 시간이순삭 되었다.

기다리던 10시가 되었지만 그후로 20분이 지난 후 이름이 호명되고 가슴 엑스레이실로 들어간다.

가슴 엑스레이는 몸을 찍는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내 가슴이 마치 호떡이 된 기분이다.호떡 뒤집개로 꽉 누르는것 같다. 최대한 가슴이 납작하게 해서 촬영을 한다.

엑스레이를 찍고 다음 검사인 CT촬영을 위해 채혈실로 간다. 여러 번 했는데 주사 맞을때 마다 무서워 미칠 것 같다. 무서워서 눈물도 나올 것 같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아무도 우는 사람이 없다.

채혈실 의자에 앉아 대기하면서 주사 맞는 사람들의 얼굴을 본다. 주사 놓는 팔을 보지 못하고 얼굴을 뒤로 돌리고 눈을 꽉 감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무서운 주사바늘에 의연한 사람은 역시 아무도 없다.

다시 내 이름이 호명되고 채혈실 의자에 앉았다. 손에 흠뻑 땀이 나고 가슴이 덜덜 떨렸다. 떨려하는 나를 보고 간호사 선생님이 큰 수술도 잘 마쳤는데 이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주사를 꽂았다. 역시나 생각보다 덜 아프다. 살짝 따끔한 정도.



나 또한 주사 맞을 때 주사 놓는 팔을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돌려 눈도 감았다.  주사를 꽂은 채 CT실로 이동한다. 저쪽 방에서 내 이름을 부른다. CT는 조형제가 들어간다. 느낌이 이상하다. "조형제가 들어갑니다.'라는 방송이 나오면 목부터일까? 아래쪽일까 어디가 먼저 뜨거워지는지 모르겠지만 몸이 뜨거워진다.

아픈 것도 불편한 것도 아니고 그냥 몸이 데워지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한 검사는 금방 끝난다.

마지막으로 뼈 스캔이 남았다. 뼈스캔은 약을 주입하고 3-4시간 기다렸다 검사받아야 한다.

밥도 먹어도 되고 물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푸드코트로 달려간다. 돌솥비빔밥을 시켜서 한 그릇 먹는다.

지글지글 대는 맛있는 소리가 난다.

병원에서 검사 잘 받았나 한 걱정하는 엄마의 전화.

별일 없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옆에 앉아 있는 여자분이 아는 체를 한다.

"아까 병원에서 제 뒤에 주사 맞은 분이죠?"라고 한다.

사복 입고 다른 곳에서 봤지만 얼굴이 눈에 익었다. "아~ 아까 병원에서." 궁금증이 폭발한 나는 "어디가 아파서 검사하시는 거예요?"라고 묻는다. "전 유방암이예요."라고 한다.

"저도 유방암인데." 유방암 환자를 만나면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처음 봤지만 친밀감이 솟구친다고 할까. "유방암 걸린 지 얼마나 됐어요?"라고 묻는다. "저는 6개월 됐어요. 정기검진 받으러 왔어요."라고 했더니 그분은 유방암 걸린 지 7년 째라고 했다. 5년이 지났지만 일 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다고 했다.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 전절제한 가슴은 7년이 지나면 불편하지 않는지, 구형구축은 오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물어본다.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수술한 가슴은 아직도 불편하다고 했다. 다행히 구형구축은 없다고 했다.

불편한 것쯤은 괜찮다고 했다.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하다고 했다.

유방암 선배 다운 조언이다. "그저 살아있음에, 평범한 일상에 감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7년이나 지났지만 검사받으러 오는 한 달 전부터 걱정된다고 했다.

나 또한 검진하기 전에는 떨리는 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늘은 그런 걱정은 미뤄두고  하루종일 병원에서 고생한 나에게 헬스장을 가지 않아도 되는 선물을 주고 싶다. 크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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