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는 무엇보다 잔인한 질문
<sbs 굿파트너 공식홈페이지 -사진출처>
요즘 <굿파트너>라는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닌데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시청률이 잘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처음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랑 비슷한 거 아닌가 싶었는데 내용은 당연히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굿파트너>는 이혼변호사들이 이혼하는 부부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들이다.
극 중에서 차은경(장나라)분의 배우자가 바람이 나서 이혼을 하는 내용이 나왔다. 차은경도 딸이 하나 있는데 그 딸이 잘못이 있는 아빠에게 가지 않고 엄마와 살겠다고 똑 부러지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러나 아이는 아이라 엄마랑 살겠다고 했지만 아빠의 부재를 힘들어하는 모습이 마음이 저리게 아팠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드라마를 보면서 신랑에게 "우리 진짜 잘 살아야 해, 딸 때문이라도 절대 상처 주는 일은 하지 말자."라고 했다.
요즘 예능 프로그램들은 보면 거의 "이혼"이라는 단어가 이슈인 것 같다.
물론 이혼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은 아니고 이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인데,
아이랑 같이 볼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장면도 많다. 시청자인 제삼자가 보기에는 '와 진짜 저런 집이 있다고?' 하는 집들이 많다.
<픽사베이-사진출처>
아직도 잠들기까지 깜깜한 밤이 무서운 딸은 함께 잠들길 원한다.
같이 누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는 매번 바뀌지만 예를 들어 오늘의 감사한 일이라던지
"바쁘지 않은 하루를 보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내가 말하면 아이는
그게 왜 감사한 일이냐고 묻는다. 이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어제는
"가윤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면 누구랑 같이 살 거야?"라고 묻는다.
누워있던 딸이 벌떡 일어나면서
"왜! 엄마 이제 아빠 싫어졌어?"라고 묻는다.
아이의 대답에 '아차'싶었다. 물어보지 말아야 할 것을 물어본 것 같아, 혹 아이가 괜한 걱정을 할까 봐
질문을 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얼른 "아니, 그런 게 아니고 굿파트너 봤지? 거기에서 재희가 엄마랑 살아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말하는 게 생각나서... 그래서 만약에 아주 만약에 엄마 아빠가 헤어진다면 가윤이 생각이 궁금해서."
아이는 다시 누워 덤덤하다 못해 시니컬하게 엄마 혹은 아빠와 함께 살 때의 장단점을 말한다.
"일단 엄마랑 살면 잔소리가 심해서 피곤하지만 나의 소소한 부분을 잘 챙겨줘서 좋아.
밥도 맛있게 해 주고 예쁜 옷도 골라주고.
아빠는 성격이 너무 좋아 그런데 엄마에 비해 나를 챙겨주지 못해. 그리고 결정적으로 회사에서 너무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나를 돌봐줄 수 없어."
장단점을 줄줄 말하는 딸의 태도에 나는 기가 막혔다.
"그래서 결론은 누구야?"라고 내가 물었다.
"나는 엄마."라고 딸이 대답했다. 장단점을 따져보니 나랑 사는 게 훨씬 낫다고 느꼈나 보다.
"가윤아, 엄마가 이런 질문했다고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정말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알겠지?"라며
한 번 더 아이를 안심시킨다.
어제 늦게 퇴근해 얼굴도 못 본 신랑에게 전화해서 어젯밤 이야기를 한다.
"우리 둘이 이혼하면 가윤이는 나랑 산데." 이 말을 하는데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한다.
"오빠는 우리 둘이 이혼하면 양육권은 어떻게 할 거야?"라고 물었다.
"아이는 엄마가 키우는 게 맞다고 생각해."라고 한다. 그 대답에
"그럼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볼 수도 있어."라고 했는데
"지금도 맨날 야근해서 평일에는 못 봐."라고 웃픈 소리를 한다.
이혼전문가가 구두로 하는 약속은 법적 효력이 없다고 했다. 정말 이혼을 할 마음이 없기 때문에
양육권도 나에게 넘긴다는 말을 쉽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양육비도 만만치가 않다 보니 한 이혼 전문가는 최고의 재테크는 둘이 잘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저런 것 다 떠나서 이혼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여보! 우리 백년해로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