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맛
밤을 먹을 생각을 한 최초의 인류는 누구일까?
따끔이 안에 반짝이, 반짝이 안에 텁텁이, 텁텁이 안에 오도독.
맛있는 밤 열매는 누가 처음으로 먹었을까?
알맹이를 먹기 위한 수고에 비해 열매가 너무 작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산에서 주운 밤을 한 가득 보내주셨다.
아이들은 밤을 먹지 않고 어른들만 먹는데
어른 둘이 소비하기엔 그 양이 너무 많다.
빨리 먹을 셈으로 한꺼번에 까놓고 편하게 먹어야지! 하며
미리 쪄서 한 시간을 깠는데 한꺼번에 먹어보니 그 맛이 아니다.
찐게 맛이 없어서인가? 하며 뻥튀기 가게에서 한가득 군밤으로 만들어왔지만
한꺼번에 까놓고 먹으니 그 맛이 안난다.
손 아프게 까서 천천히 먹어야 제 맛,
밤은 노동의 맛으로 먹는 것이었다.
까칠한 밤송이 하나하나 발로 밟아
따끔이를 벗기고 반짝이만 골라 보내주신 부모님을 생각해보니
그 역시 노동이 절반을 차지하는 노동의 맛이 분명하다.
어마어마한 양의 밤은
보늬밤조림으로, 밤통조림으로, 군밤으로 제각각 노동의 맛을 입고 냉장고에 들어갔다.
다른 형태여도 계속 먹으면 물리기 마련인데
부모님의 사랑과 수고를 떠올리니 그럭저럭 사랑의 맛으로 먹게 된다.
사람들이 왜 정성이 가득한 음식을 먹는지 조금 알게 된
이제 진짜 어른 입맛이 됨을 알게 된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