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하는 얘기

by 자 연인

방송가의 시계는 일반 시계와 조금 다르다.

때 맞춰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미리 준비해야 하는데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안전하게 절기 얘기를 많이 한다.


특히 일상과 겹치는 입춘이나 춘분 이런 절기 이야기,

무난한 주제가 되는 명절, 공휴일. 기념일 얘기를 무척 선호한다.

듣는 사람은 작가가 게을러서 같은 얘기 반복한다 하겠지만

작가는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같은 얘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론, 모두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생뚱맞게 다른 얘기를 한다는 것도 우습고

생방송에서 '지금'이 아닌 이야기를 하면 생방송이 아닌게 되니

울며 겨자먹기로 쓰는 날도 있다.


초기엔 이벤트 있는 날을 더 선호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시간이 지나니 이벤트 있는 날이 더 어렵다.


남들 다 하는 얘기 안 할수도 없고

남들과 똑같이 할 수도 없고

남들과 다르게 한다는 건 더 어려우니까.

그렇다고 평일에 원고를 쓰는게 쉽다는 건 아니다.


더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이고 보니

남들 하는 평범하고 무난한 이야깃거리의 힘을 알 것 같다.

듣긴 들었는데 뭔 얘긴지는 모르는 것 같은데

또 약간은 새로워서 환기가 되는 이야기들.

너무 튀지 않으면서 익숙함도 충분히 느껴지는 이야기들.

그 균형을 찾는 일을 반복하면 1주일 한달이 후딱 지나간다.


혹자는 이야기 한다.

지난해 봄에 했던 이야기 또 하면 된다고.

맞다. 그 말도 맞는데

어쩐지 자가복제는 양심상 못하겠다.

그렇게 또 제외하고나면 소재는 점점 더 한정 되어간다.


그렇게 쥐어짜내고 짜내다보면

또 새로운 글이 탄생하는데

글쓰기의 영역이 참 무궁무진 하다는 걸 깨닫는다.


오늘도 남들은 무슨 얘기를 하나

뉴스를 기웃기웃 거렸는데

역시나 가장 기억에 남고 인상적인 이야기는

진실된 고백. 본인의 경험담이다.


나만의 이야기가 남들 하는 얘기 속에서

남들 듣기 편하게 잘 녹아나는

그런 글에 욕심을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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