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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선 최금희 Dec 27. 2021

 톨스토이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北女의 문학서재 2.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언젠가 한 초등학생에게 물으니 공기를 먹고 산다고 대답했다. 귀여운 꼬마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지만 같은 질문을 어른들에게 한다면 대답하기를 머뭇거리는 일이 많을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누군가는 자녀를 위해, 누군가는 자신의 성취감을 위해, 또 누군가는 그냥 성실히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결과가 오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각자 이 질문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심오한 문제에 대하여 무려 136년 전 답을 남겨둔 이가 있다. 바로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다.

톨스토이는  어려서부터 '문답 쓰기'놀이를 즐겼고 말하기보다 쓰기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평생 일기를 썼는데 그만큼 평생 자신에 대한 엄격함을 요구하고 욕망과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도덕적•윤리적 고민에서 죽을 때까지 몸부림쳤다. 그것이  오늘까지도 전 세계사람들이  톨스토이를  행동하는 지식인, 종교 철학가, 비판적인 지식인이라고  인정하며 사랑하고 있는 이유다.


톨스토이 하면 흔히 사람들은 '전쟁과 평화"(1867), "안나 카레니나"(1878), "부활"(1899) 등 장편소설을 떠올린다. 하지만 톨스토이의 저서에는 단편들도 꽤 있다. 대표적인 단편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1885), "이반 일리이치의 죽음"(1886), "세 가지 물음"(1904)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중에서 오늘은 독자들에게 톨스토이의 대표단편작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등장인물

세묜 : 가난한 구두장이

마트료나: 세묜의 아내

미카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귀족: 세묜에게 장화를 주문함

동네 아주머니: 부모를 잃은 쌍둥이 자매를 키운 양엄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등장인물이 몇 명밖에 안 되는 아주 간결하고 쉬운 이야기다.


가난한 구두장이 세묜은 구두수선만으로는 잎에 풀칠을 하기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허름한 외투 한벌로 부부가 번갈아가며 입고 외출할 정도로 가난했다. 어느 날 그동안 애써 모은 돈에 외상값을 받아서 외투를 만들 수 있는 양가죽을 장만하려 했다. 2 루블의 외상값을 받으러 다녔지만 꼴랑 20꼬페이카밖에 수금하지 못했다. 하도 속상한 세묜은 술집에 가서 그 돈으로 몽땅 보드카를 사 마시고 취해서 집으로 가고 있었다.


교회 옆을 지나가던 중 벌거벗은 한 사람이 추위에 몸을 움츠리고 앉아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처음에 세묜은 내 코가 석자인데 하면서 지나치다가 이 추운 겨울 그 사람이 얼어 죽을까 염려되고, 양심의 가책도 되고 해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허름한 양가죽 외투로 그를 감싸 안고 집으로 데려온다.


그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미카엘이고 하느님이 버려서 갈 곳이 없다고 말한다. 그의 아내 마트료나는 가뜩이나 가난한데 당장 겨울을 날 수 있는 외투 한벌을 마련하려고 내보낸 남편이 거지 같은 소년을 데려오니 기분 좋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구시렁구시렁 푸념하면서도 그 불쌍한 미카엘에게 세묜의 헌 옷가지를 입으라고 내주면서 따뜻한 차와 빵을 준다. 그때 미카엘은 미소를 짓는다.


갈 곳 없다는 미카엘에게 세묜은 당분간 그의 집에 머물면서 자신의 구두수선을 도우며 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그는 세묜의 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미카엘이 일 배우는 솜씨가 좋아서 세묜의 제자가 구두수선을 잘한다는 소문에 세묜의 가게는 조금씩 손님이 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세묜에게 한 귀족이 아주 거만하게 장화를 주문하고 간다. 세묜이 미카엘에게 주문을 지시했는데 미카엘은 장화가 아닌 슬리퍼를 만들었다. 그러는 순간 방금 전 장화를 주문했던 귀족의 하인이 허겁지겁 달려와서 주인 나으리가 마차 사고로 숨졌으니 장화 대신 장례식에 쓰일 슬리퍼를 만들어달라고 한다. 그때 미카엘이 두 번째로 미소를 짓는다.


세월이 흘러 또 어느 날 가게에 한 아주머니가 두 자매 아이를 데리고 왔다. 한 여자애가 다리를 절룩거리는 장애를 가졌는데 두 여자아이의 가죽신을 주문했다. 세묜은 어쩌다가 아이가 다리를 상했냐고 물었다. 그녀는 아이의 엄마가 죽으면서 아이의 다리를 짓눌러서 다치게 되었다고 하면서 엄마를 잃은 쌍둥이 자매가 불쌍해서 고아원에 보내지 않고 자신이 키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잃은 아픔도 있어서 이 아이들을 자기 아이처럼 키우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면서 미카엘이 세 번째로 미소를 지었다. 갑자기 집안이 밝아지면서 미카엘이 고백한다. 자신이 쌍둥이 자매를 낳은 엄마의 영혼을 거둬오라는 하느님의 영을 어긴 죄로 지상에 내려온 천사라고 한다.


사실 미카엘은 아이를 두고 죽을 수 없다는 엄마의 애원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하느님의 영을 거역하여 하느님의 노여움을 샀다. 그 벌로 하늘로 올라가던 중 날개를 잃고 교회에 벌거벗은 채로 인간의 모습으로 떨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하느님은 미카엘에게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세 가지 질문의 답을 찾을 때까지 사람들에게 있으라 명하였다. 미카엘은 이제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으니 하늘로 올라가게 되었다고 세묜에게 말한다.


미카엘이 찾은 세 가지 답은; <1. 사람의 마음속에는 하느님의 사랑이 있다, 2. 사람은 기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없다, 3.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였다.


아주 짧은 단편이지만 이 이야기가 던지는 메세지는 심오하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도하는 교회 옆에 추운 겨울 알몸으로 웅크고있던  미카엘을 아무도 돌봐주지 않은 장면을 통하여  당대 러시아 정교의 위선을 꼬집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할 대로 가난한 세묜이나 동네 아주머니와 같은 평범한 민중의 마음속에 사랑, 즉 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어쩌면 종교 문학이기도 하지만 톨스토이 인생철학을 명확하게 밝힌 대표 단편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 나의 이 모든 토지와 재산은 나와 다른 사람들의 죄악의 원천이며 나를 미망에 빠트리고 또 지금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들입니다... 소유를 인정하지 않는 우리가 우리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슬플 뿐입니다." (1884년 친구와의 서신中)

귀족 출신의 톨스토이는 자신이 가진 부에 대하여 평생 괴로워했으며 자신의 부를 기꺼이 평생 동안 가난한 민중과 나누었다.  그는 문학을 통하여 사회를 비판하고 황제와 귀족에게 대항했으며 자신이 주장하는 '사랑'이라는 철학을 평생 실천한 위대한 리얼리즘 작가였다.

Вечное и Божественное в человеке, по Толстому, -.это его высшая душа, Бог свой. Назначение человека в этой жизни - рост Бога своего. Духовный рост есть ращение в себе Бога своего по любови к нему и в силу любви к нему..

"Человек живой" для Толстого это всегда человек духовно растущий...

 톨스토이의 가르침에 의하면,  인간의 불멸함과 신성함은 자신의 가장 높은 영혼(고상한 영혼), 즉 자기의 신(하나님)이다. 그러한 삶 속에서 인간의 소명은  자기 신의 성장이다. 인간의 정신적 성장은 하느님에 대한 사랑에 의하여,  하느님과 그에 대한 사랑의 힘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다.... 톨스토이에게 '살아있는 사람'은 항상 영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다. (마르도프의 "톨스토이 ㅡ 삶의  정상에서"中, 필자 번역)          

톨스토이는 자신이 남긴 문학으로서 오늘날까지도 인류에게 그리스도가 원하는 선과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의 삶이야 말로 참된 삶이라는 것을  깨우쳐주고 있다.  


문득 글을 마무리하면서 누군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사랑받고 사는가 사랑하고 사는가.


독자 여러분들은 어느 쪽을 택하고 싶으신가요.

대구 수성구립도서관에서(2018년 6월)



표지사진 출처 얀덱스 https://pravopisanie.xram-v-yazvichax.ru/avtory/tolstoy-lev-nikolaevich/tolstoy-l-n-chem-lyudi-zhi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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