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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Jan 31. 2023

얼음꽃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96.



겨울 아침, 창문 가득 반짝이는 성애를 본다

유리창에 만발한 하얀 식물,

꽃과 잎과 줄기를 본다

무엇일까, 막힘없는 물방울들을

섬세한 꽃과 잎의 무늬 안에 가두어놓은 힘은.


결빙의 힘 속에

식물의 본능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

땅 속에서 물을 퍼올려

잎을 피우고 꽃을 터뜨리는 생명의 비밀이

얼음 속에도 있었던 것일까

모든 관념과 흐트러짐을

의미장(意味場)을 가진 예술로 만드는

무한한 영(靈)과 혼(魂)의 세계가

결빙의 과정 속에도 있었던 것일까.


이 아라베스크 무늬를 들여다보면

막 얼기 시작한 물이

결빙의 칼날과 환희를 견디다가

절정의 순간 얼음이 결정체마다 살라놓은

투명한 불의 흔적이 보인다.


겨울이 화실 유리창에 밤 새워 그려놓은

하얀 식물 성애를 바라보다

문득 지상의 모든 창조를 떠올린다

차가운 얼음에서 피어나는

또다른 꽃을 본다.





意味場  210mmX135mm, Woodcut Print on Paper(Croquis Book),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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