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꽃

그때도 나는 그 생각에 매달렸다 96.

by 어떤 생각



겨울 아침, 창문 가득 반짝이는 성애를 본다

유리창에 만발한 하얀 식물,

꽃과 잎과 줄기를 본다

무엇일까, 막힘없는 물방울들을

섬세한 꽃과 잎의 무늬 안에 가두어놓은 힘은.


결빙의 힘 속에

식물의 본능이 숨어 있었던 것일까.

땅 속에서 물을 퍼올려

잎을 피우고 꽃을 터뜨리는 생명의 비밀이

얼음 속에도 있었던 것일까

모든 관념과 흐트러짐을

의미장(意味場)을 가진 예술로 만드는

무한한 영(靈)과 혼(魂)의 세계가

결빙의 과정 속에도 있었던 것일까.


이 아라베스크 무늬를 들여다보면

막 얼기 시작한 물이

결빙의 칼날과 환희를 견디다가

절정의 순간 얼음이 결정체마다 살라놓은

투명한 불의 흔적이 보인다.


겨울이 화실 유리창에 밤 새워 그려놓은

하얀 식물 성애를 바라보다

문득 지상의 모든 창조를 떠올린다

차가운 얼음에서 피어나는

또다른 꽃을 본다.





意味場 210mmX135mm, Woodcut Print on Paper(Croquis Book),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