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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May 04. 2023

나비, 그림위에 앉다

木岩 김규현 개인전 



작가노트


“저 곱게 나부끼는 것들,

 세상의 꽃 향기에 이끌려 눈멀어 떠도는 지 몰라

 눈 감으면 보이는 꿈인지 현실인지 

 문득 장자의 나비다.”



3년 전(2020)에 개인전 [그곳]으로 신나게 그림여행을 다녀왔는데 코로나로 몇 년을 미루다 이번 봄에는 나비 날개를 화폭에 펼쳐본다. 그런데 무슨 말로 이번 전시회 머리글을 채울까 하는 걱정 때문에 그림 그리는 것보다 더 힘들게 사나흘 고민을 했다. 내 소심함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아날로그 세상에서의 생각과 감성이 날로 확장해가는 디지털 시대에는 어떻게 진화하고 전개되어 가는지에 수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다. 빅데이터와 AI가 가공할 정도로 발전하고 그림까지 뚝딱 그려내는 요즘 세상에 이를 활용하는 인간의 정서에는 과연 어떤 변화가 올지 자못 궁금했다.


또한 과도하게 디지털화된 세상에 인간의 소외와 몰개성화, 나아가 비인간화 반문명화가 진전되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회는 굳이 철학적 무거움이나 미학적 허세보다는 오랫동안 나의 삶 속에 내재된 상상의 나래를 구체적으로 형상화하여 디지털 작업을 통해 재창조하는 의미있는 실험을 시도해 보았다.


오래전, 장자(莊子)가 꿈속에서 나비로 훨훨 날고 있다가 깨어났는데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꾸고 있었는지 아님 나비가 자신이 되어 꿈을 꾸고 있었는지 혼돈이 되었다는 온갖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나비의 꿈(胡蝶之夢)’을 통해 영혼의 깊은 사유(思惟)를 촉발하는 깨달음과 천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통찰을 현대화된 감성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장자의 나비도 프시케(Psyche)의 나비도 동서양 모두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매개이고 알에서 유충, 그리고 번데기를 거쳐 비로소 성충으로 거듭나는 극기(克己)의 서사적 상징 메시지와 섬세한 색상 그리고 우아한 비행으로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靈感)을 주는 지구상의 나비목은 무려 18만 종이나 되며 그 중에서 우리가 나비라고 부르는 종은 대략 2만종이 넘는다고 한다.



이천이십삼년 오월.   






함께 한다는 건 #05, 2023, Mixed media on Paper, 420X580mm


몽유(夢遊) #03, 2023, Mixed media on Paper, 370X520mm


함께 한다는 건 #03, 2023, Mixed media on Paper, 420X580mm


너와 나 만나서 #01, 2023, Mixed media on Paper, 320X320mm
나비의 말 #02, 2023, Mixed media on Paper, 605X37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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