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있다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01

by 어떤 생각



그림 그리다 문득

오만가지 색깔을 지우고 보면

풍경이 아름다울 때 있다.

수첩에 빽빽한 이름들이

장대비 맞은 글씨처럼 번져버린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갈

사람이 아름다울 때 있다.

세파에 치어 각양각색인

남루 또한 훈장 마냥 눈물겨운

허리굽은 할머니가

벼랑길에 우뚝 선 나무처럼

그렇게 아름다울 때 있다.

가파른 세월이야 지나면 그뿐,

코끝에 감도는

진한 묵향에 두 눈을 감고

비 맞는 나무처럼

가슴 적시는 무심한 손놀림이

그저 아름다울 때 있다.




먹장구름 바람되어, 2023, 화선지에 수묵, 310mmX4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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