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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Dec 09. 2023

간짜장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19



동네 중국집에서

물컵에 나무젓가락을 담그고

주방을 바라본다

마술처럼 웍을 들었다 놓으 

후드득 튀어 오르는 기름방울이

메리야스를 뚫는다

가슴에 화상을 입고 데인 상처에

시간이라는 연고를 바른다

너의 손이 아니라

짜장을 볶는 손이

너의 손이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슬픔이 아직 버물려지는

토요일 이른 오후,

암실에 숨어 있던 추억,

춘장의 색깔처럼

내내 가슴에 얼룩을 남겼을

너의 손을 생각한다


간짜장 한 사발 후루루 말아먹고

노란색 단무지까지

기꺼이 씹어먹는다


문 밖에 바람이 불고

양파 때문인지 콧물이 들락거린다

남겨진 검은 면발이

배갈 같은 눈물에

퉁퉁 부운 속살을 드러낸다




간짜장 연가, 2023, Mixed media, 290mmX3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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