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에서 밀려난 배춧잎들만 골라
노근노근하게 열탕찜 시키고
냉동고에 넣어두었다 꺼내
보였다 말다 하는 햇살과
된바람에 맡긴다
겨울은 우거지가 제맛,
봄이 오고 시래기가 밥상의 판도를
엎어버리기 전에
구수하고 칼칼한 그 맛을
칼바람 맞으며 뜨겁게 넘길 일이다
쌀뜨물에 된장을 푼 뒤
다진 마늘에 대파까지 송송 넣은
가가호호 비법의 육수정도면
낙원동 맛집도 안 부러운
진정한 진국이다
밥보다 술이 더 좋아
언제나 배고픈 예술가의 해장국은
한 끼 그것이 산해진미요
세상에서 가장 맛나고
배부른 밥일 것이니
우거짓국이야말로
속푸는 음식 중에 최고로 겸손하되
고추가루 몇스푼에도
감칠맛나게 화려해지는
해장의 예술이다
밥상의 그리움, 2023, Mixed media, 290mmX30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