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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Dec 27. 2023

우거짓국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21



김장에서 밀려난 배춧잎들 골라

노근노근하게 열탕 시키고

냉동고에 넣어두었다 꺼내

보였다 다 하는 햇살과

된바람에 맡긴다


겨울은 우거지가 제맛,

봄이 오고 시래기가 밥상의 판도

엎어버리기 전에

구수하고 칼칼한  

칼바람 맞으며 뜨겁게 넘길 일이다


쌀뜨물에 된장을 푼 뒤

다진 마늘에 대파까지 송송 넣은

가가호호 비법의 육수정도면

낙원동 맛집도 안 부러운

진정한 진국이다


밥보다 술이 더 좋아

언제나 배고픈 예술가의 해장국

한 끼 그것이 산해진미요

세상에서 가장 맛나고

배부른 일 것이니


우거짓국이야말로

속푸는 음식 중에 최고로 겸손하되

고추가루 몇스푼에도

감칠맛나게 화려해지는

장의 예술이다




밥상의 그리움, 2023, Mixed media, 290mmX3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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