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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 생각 Feb 27. 2024

잿빛

그 생각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30



산에 갔었다

회색이 시나브로 지는 겨울 하오

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섬처럼 둥실 있었지


잔설을 비껴 오르던 중

나는 떠올렸네

자줏빛으로 멍울진

그녀의 표정 없는 목소리를


길은 걸어가면 사라지고

사라질 때 길은 다시 열린다는데

아닌 길을 간 사랑은 조금도

돌아오지 않았다


매봉 가는 길

아득한 풍경 사이로

산새 한 마리 눈 밟는 소리 들렸고

이월은 깃을 털고 있었지


기억이 먹물처럼 번져 가던

지난주 청계산은

빛에 스러지고 있었고

그리움은 잔가지처럼 툭, 부러졌네





회색빛 기억, 2024, Mixed media, 300mmX34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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