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메리 올리버[블랙위터 숲에서] 중
......
기러기 날아온
맑아서 깨질 것 같은 파란 하늘로
시월이 지나간다.
풀섶에
발이 푹푹 빠지는 갈대 우거진 곳으로
졸졸졸 도랑물이 흐르듯
시월이 또 지나간다.
흰머리 나는 머리는
기름기 없이 자꾸 풀풀 날리고,
저희들끼리만 신난 떡깔나무는
툭툭 도토리를 지상에 던지고 있다.
사람이 어찌 아름답기만 한가
나이 먹는 것도
시월이 지나가는 것도
아름답다 말하면
어찌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시월 풀섶에서
안간힘 쓰며 버티는 풀들 속에서
나도 안간힘 쓰고 있다.
넘어지면 바로 쓰러질 것 같아
다시는 영영 못 일어날 것 같아
두 발로 지상을 버티고 서 있고 싶어
지나가는 시월을 견디고 있다.
시월 210mmX135mm, Line Drawing on Paper(Croquis Book),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