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대중은 호구가 아니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으로 기업공개(IPO)를 철회했습니다. 하지만, 컬리의 상장 철회가 놀랍지만은 않습니다.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 과대평가, 경영권 불안, 경쟁 우위 요소 부재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이에 대해, 컬리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매출(1조 5,614억원)은 전년 대비 63.8% 증가했으며 거래액(약 2조 원)이 넘는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2,000억 원 넘는 적자를 기록 중인 기업이 4조 원의 평가를 받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방식을 주로 사용합니다. 통상 EBITDA(이자비용, 세금,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그러나, 이익이 나지 않는 적자 기업은 유니콘 특례를 적용받아 다른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합니다. 이와 같은 기업은 컬리를 비롯한 쿠팡, 쏘카 등이 있습니다. 쏘카는 매출 대비 기업가치 배율을 토대로 가치를 평가했습니다.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진 우버, 리프트 등 10개 회사가 매출액 대비 기업가치 배율이 7.7배라는 점을 바탕으로 쏘카의 기업가치를 도출했습니다.
쏘카의 기업가치 = 쏘카의 매출 X 7.7
기업의 가치를 이렇게 허접하게 추정할 수 있나요?
아쉽게도 기업의 이익이 나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허접한 밸류에이션 방법밖에 없습니다. 기업 가치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는 얻을 수 있지만 정교하고 과학적인 밸류에이션 방법론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누적적자 2,000억 원을 기록한 컬리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4조 원으로 평가되었나요?
컬리도 매출을 기준으로 평가를 도출했습니다. 쏘카의 비교 사례가 우버였다면, 컬리의 비교 사례는 쿠팡이었습니다. 평가 시점의 쿠팡의 시가총액은 40조 5,018억 원으로 2021년의 매출이 24조 7,000억 원인 것을 고려하면 매출 대비 시가총액(기업가치)는 1.7배입니다. 위의 비교 사례를 컬리에 적용하여 기업 가치를 산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컬리의 기업가치(2.65조) = 컬리의 매출(1.56조)* 1.7
문제는 컬리는 쿠팡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쿠팡은 국내에서 독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쿠팡의 작년 매출은 22조 원으로 컬리 매출의 14배 수준입니다. 컬리가 새벽 배송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국내 시장에서 미미한 수준입니다.
컬리의 기업가치 평가 관련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가정입니다. 기업이 가치가 있으려면 지금은 손해가 나더라도 미래에는 이익이 나야 합니다. 기업의 내재가치는 미래현금흐름의 현재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컬리가 이익을 내는 시나리오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상상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최근 컬리가 외형적 확장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고 크게 실망했습니다. 저는 상상력이 부족해서 아직까지 컬리가 이익을 내는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공모주에 속지 마세요.
그들은 당신보다 똑똑하지 않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희한한 방식으로 도출한 공모가를 투자 대중한테 넘기는 것을 봤습니다. 시장이 좋았을 때 카카오 관련주, 리츠주 등이 높은 공모가로 대중을 호도하여 소수의 투자자가 엄청난 돈을 벌었습니다. 슬프게도 대중은 호구가 되었습니다.
IPO 주간사가 공모가를 추정할 때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 있게 물량을 팔 수 있는 가격을 만들기 위해 어려운 콘셉트를 붙여 논리를 만들 뿐입니다. 그들은 당신보다 똑똑하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질문을 해보세요. 아마도 일반적인 상식을 사용하는 투자 대중이 풍부한 상상력을 사용하여 정교한 숫자놀이는 하는 Investment Banker보다 더 현실에 가까운 밸류에이션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컬리는 2022년 8월 22일 예비 상장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업이 최초 상장 승인을 받은 후 6개월 이내에 기업공개(IPO) 절차를 완료해야 합니다. 따라서 Kurly의 IPO 마감일은 2023년 2월 22일입니다. Kurly가 상장을 재개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상장 철회는 기업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는 2021년 말 상장 전 자금조달(프리 IPO)에서 컬리의 기업가치를 4조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업가치가 78% 하락한 8000억 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인 김슬아 컬리 대표가 설립한 컬리는 GMV(Gross Merchandise Volume)를 늘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화장품, 퍼스널 케어 제품, 건강 보조제와 같은 비식료품 제품으로 영역을 확장했습니다. 적자가 2,000억 원 이상 누적된 상태에서 블랙핑크 제니를 광고모델로 써서 화장품 등을 광고하는 것은 실질보다는 포장에 너무 공을 들인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컬리는 2015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총 7억 61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DST Global, Sequoia Capital China, Hillhouse Capital, Aspex Management, 미래에셋 Venture Investment, Anchor Equity Partners 및 전략적 투자자인 CJ Logistics, SK Networks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대형 투자자가 참여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컬리가 성공하길 기원합니다. 마켓 컬리는 새벽 배송의 선구자였으며, 물류의 새로운 시대를 연 개척자라는 것을 높게 평가합니다. 하지만, 상장을 위해 유명 연예인을 통해 뷰티, 퍼스널 케어 등 문어발식 사업 추진, 무리한 물류센터 직접 운영 등 외형 확장에 온 힘을 쏟는 행태가 매우 아쉽습니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자본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투자 대중이 자본 시장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적정한 수익률을 얻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