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

가을이 저지른

by 옹달샘



나무가 활활 탄다
가을이 나무에 불을 던지고
바람이 부채질하니
나무는 불꽃놀이에 올라탄다

푸른 잎도 노란 잎도 점점
불속으로 들어가고
마른 가지는 결국 불쏘시개가 된다

푸른 시절,
나뭇잎 한숨만 스쳐도
내 심장 속 피가 맑아지고
내 눈 속 피로가 씻겨 나가
콧노래가 절로 흘렀는데

그 시절엔
새들이 숲에 음악제를 열고
매미가 기타를 치며
풀벌레가 합창을 맞추었지

나무가 활활 불타오르니
새도, 풀벌레도
모두 떠나버렸다

나무는
땅거미 내려앉은 거리에서
서쪽 산으로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굴러가는 낙엽을 안쓰러워한다

가을이 불을 지르고
바람이 부채질하니
가을과 바람은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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