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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희 Dec 24. 2022

몽골 여군 사라 (Sara)이야기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

어쩌다 내가 한국인인가 헷갈릴 때도 있지만 나는 분명 토종 몽골인이다.

한국 가수 BTS나 블랙 핑크의 노래를 좋아한다. BTS의 정국이 부른 빅뱅 노래 리메이커 'IF  YOU'를 자주 듣는다. 지난번 블랙핑크의 시카고 공연에 딸과 함께  콘서트에 갈 정도로 열혈 팬이다.

  일주일에 두어 번 아이들이 학교에 간 시간 동안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장을 보고 김밥을  한 줄 사서 점심으로 먹는 것을 좋아하다. 한 달에 한두 번 김치도 직접 가 먹는다.

  순두부  레스토랑 '소공동'을 즐겨 찾고 그중 매운 순두부를 좋아한다.

올해 봄 시카고에 새로 집을 장만했을 때 LG 가전제품으로 싹 다 바꿨다. 밖에서  핸드폰으로 원격으로 컨트롤할 수 있어서 얼마나 편리한 지 사용할 때마다 LG의 기술력에 감탄하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한국말을 잘해요?"라 말을 자주 듣는다

 옥톤 칼리지의 ESL 교실에서 만난 한국인 언니는 무심코 한국말로 얘기하다가

" 아, 맞다 너랑 얘기하다 보면 널 한국사람으로 착각하게 돼." 하며 다시 영어로 대화를 이어간다.

미국 온 지 10년이 넘어도 영어보다는 한국말이 편하다. 그래서 더 한국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은 편이고 무엇보다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


 헬스클럽에서 자주 뵈었던 한국인 아주머니가

"결혼했어요? 우리 아들 소개해주고 싶어요." 하며 전화번호를 물었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외국에서 사람 만나기 힘드니 부모님이 적극적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럴 때면 삼십 대 후반이에요.

"벌써 고등학교 졸업반인 큰 아들과 초등학교 3학년  작은 아들과 연년생 딸아이를 둔 엄마인 걸요." 하면  어려 보인다고 깜짝 놀라신다.

그런 제안이 나름 기분 나쁘지는 않다. 아무래도 내가  한국 중년 아줌마에게 먹히는 얼굴인가 보다.


몽골에서 군인이었던 나는 남편과 결혼 후 한국으로 유학을 가서  3년간 공부를 했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한국에서의 3년은 특별했고 좋은 기억이 많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좋은 인연으로 지낸다.

 내 인생의25년은 몽골에서 삼 년은 한국에서 또 십 년은 미국에서 살고 있다

어디서든 늘  재미있고 행복했다. 특히 한국에서의 삼 년은 내게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이곳저곳에서 살아가며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살아가는 일이 힘겹고 고단하다고 생각하며 웅크리고 사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몽골의 가족들이 그립고 낯선 이방인 취급에 울 때도 있지만   몽골,한국 모두 내 나라 같다. 한국  사람  만나서 한국 얘기할 때는 고향 사람 만난 듯 반갑고 좋다.

아직 이곳 시카고는 동서양의 다른 정서 때문인지  조금 힘들기는 하지만 나는  내 가족들과 씩씩하게 잘 살아갈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네 나라 내 나라 구분할 필요 있을까?

이번 월드컵 16강 전에 한국을 응원하느라 목이 쉬었다.

 '아무래도 전생에 한국 사람이었나?'

가끔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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