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페이스북 대문 사진은 히잡을 쓰지 않은 반신의 내 모습에'Free Iran'이란 글을 새긴 국기 모양 띠를 길게 늘여 두른것이다.
나는 지금 고등학생인 예쁜 딸과 듬직한 남편과 몸통은 하얀데 얼굴은 갈색인 비글 종의 개 한 마리와 함께 이런 페이스북 사진을 올릴 수 있는 나라 미국에서 살고 있다.
우리 부부가 16년 전 간절히 원했던 대로 내 딸은 억압과 규제에서 벗어나 이곳 시카고에서 자유를 누리며 살고 있다. 벌써 16세가 되었고 평범한 미국 고등학생들처럼 요즘 운전도 배우고 드레스를 입고 파티에도 가고 한국 가수 BTS나 블랙 핑크를 좋아해서 그들의 나라 문화를 체험한다며 시작한 한국 음식 김치에 맛을 들여 가끔씩 한국 마트에도 들러서 김치를 사 오기도 하며 지내고 있다.
나 역시 시카고의 교외지역의 마당 넓은 집에서 꽃도 가꾸고 개와 금붕어도 키우며 딸아이를 챙기고 가족을 위해 식사도 준비하고 마트에 가는 평범한 삶을 즐기고 있다. 아이가 운전을 하게 되면서 파트타임으로 호텔 청소 일을 하며 아이의 미래를 위해 돈을 벌기도 한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지만 주부인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서 시작했는데 다양한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서 생각보다 재미있다.
요즘 나의 새로운 취미는 비가 올 때마다 물을 받아 쓸 수 있는 커다란 통을 사서 물을 저장했다가 꽃밭에 뿌리거나 금붕어를 키우는 것이다. 빗물 활용에 대한 글을 읽고 시작한 것인데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빗물에 때문인지 정원에 심은 족두리 꽃(Spider Flower)이 지난여름 내내 얼마나 풍성하고 아름답게 피었는지 여름 내내 행복했다. 연보라나 하얀색, 핑크의 섬세한 꽃들이 모여 하나의 커다란 꽃은 이루는 꽃들을 보며 장미처럼 한 송이가 아름다움을 지닌 채 피는 꽃보다 여럿이 모여 아름다운 한 송이를 만드는 모습은 뭔가 의미 있어 보인다.
또 하나의 즐거움은 빗물로 금붕어 키우는 것이다. 빗물에 키우는 금붕어는 먹이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키우고 있는데 처음에는 죽을까 봐 조마조마했지만 금붕어가 자연이 주는 알 수 없는 먹이만 먹고도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다.
누가 물어도 나는 “이라니안(이란 사람)이에요.”하고 당당하게 말하지만 요즘 뉴스나 신문에서 연일 내 딸 또래의 여자 아이가 히잡을 쓰지 않아 사망했다는 기사나 히잡 반대 시위를 하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볼 때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는 죄책감을 느낀다.
이웃이나 ESL 교실 급우에게서 이란 여성의 인권에 대한 걱정스러운 질문을 들을 때는 괴로움과 함께 슬픔을 느낀다. 또 지난 월드컵 때 이란 대표선수들이 국가를 부르지 않았을때나내가 좋아하는 국민 배우가 반대 시위를 지지하다 체포당했다는뉴스를볼 때는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떠나온 채 평화와 자유를 누리는 나를 돌아보며 내가 “이라니안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하며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독재와 억압을 피해 피신을 해온 것인가? 내 삶과 내 딸의 삶을 위한 투쟁을 한 것인가?’
많은 괴로움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이란인으로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이란 여성들과 함께하는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족두리 꽃(Spider Flower)이 희거나 분홍이거나 연보라의 작고 섬세한 작을 꽃들이 모여 하나의 아름다운 꽃을 이루듯이 이란 여성들의 삶과 자유도 각자의 방식대로 저항하며 하나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빗물이 꽃을 풍성하게 만들고 먹이를 따로 주지 않아도 금붕어를 살게 하는 것처럼 자유는 그렇게 서서히 빗물처럼 이란 여성들에게 주어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