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담벼락

아무 것도 없습니다

by 해피트리

“나는요 참 버려지기 쉽고

주변에 아무도 없는 외톨이예요.

지금 글씨체들은 마음에 들어요

근데 손이 아파요. 쉴래요…”

--- 고독사 현장의 다이어리에서



메모를 남기고 청년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살았지만 함께 살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가 힘들게 걸어갈 때, 누군가 한 발자국 멈춰서 어느 쪽으로 걷는지 물었더라면

달빛 닫아걸기 전에 누군가 그의 차가운 방문을 두드렸다면

방안 가득 떠다니던 먼지들은 햇솜처럼 잠시 따뜻해졌을지도 모르지

외로움은 얇은 종잇장 같아서 방심하는 사이 청년의 가슴팍을 베기도 했다.

그의 가슴팍이 유독 무르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흉기처럼 얇아진 그의 외로움에 노크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무 것도 없어서 가볍게 훌훌 날아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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