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 읽는 쥐

인생을 즐겁게 해 주는 SF 소설

<우리가 살 뻔한 세상>을 읽고

by 생각하는 쥐
32459344962.20221230073044.jpg?type=w300

“있잖아. 사실 우리는 끝내주게 좋은 세상에서 살았어야 해. 기술이 지금보다 훨씬 발달해서 인간의 모든 욕구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세상 말이야.”

이런 말을 듣는다면 누구나 “우와!” 하는 탄성을 터뜨릴 것이다. 식욕, 성욕, 수면욕, 자기표현 욕구 등 모든 욕망이 기술에 의해 정교한 돌봄을 받는 세상이 있다면, 누가 그 세상에 살고 싶지 않을까? 우리는 생명체이며. 생명체는 욕망의 노예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 말을 한 사람이 한 마디를 덧붙인다면 우리 얼굴은 순식간에 구겨질 것이다.

“그런데, 내가 헛짓거리를 해서 그 세상을 날려 버렸어.”

...장난하나, 정말로?


<우리가 살 뻔한 세상>을 처음 읽은 건 2018년이었다.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그 소설은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무한동력장치가 존재하는 세상. 그리고 시간여행. 정말이지 동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다만 그때도 그랬고, 다시 읽은 지금도 그렇지만 잘 쓰긴 했지만 좀 실망스럽기도 한 소설이라고 느꼈다. 지금부터 그 이유를 분석해 보겠다.


사실 이유라고 할 것도 없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점은 바로 시간여행 소설임에도 모험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주인공은 극히 제한된 무대를 옮겨다니며 극히 제한된 모험만을 한다. 당연히 이 모험들만으로는 소설 분량의 반도 채울 수 없다. 그럼 나머지 반을 채우는 건 무엇이냐? 바로 주인공의 감정 서술이다. 이 감정 서술의 분량이 너무 많아서 내가 어떤 찌질이의 일기를 읽고 있는 건지 시간여행 소설을 읽고 있는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다. 분명 이 소설은 좋다. 소재와 내용이 훌륭하고 재미도 있다. 그런데 이 감정 서술이 너무 많아서 모험에 대한 분량이 쪼그라드는 바람에 재미가 뚝 떨어졌다. 2018년에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고 홍보했음에도 7년이 지나 2025년인 지금에도 영화화되지 않은 걸 보면 이 문제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작가는 7년간 신간을 내지 않았다. 아마 책이 많이 팔리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기대보단 못 미쳤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작가가 신간을 낸다면 꼭 읽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강의는 왜 지루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