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를 읽고
2024년 9월 중순쯤, 친구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용건은 자신이 전부터 추천해 왔던 책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를 읽는 독서모임을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하자는 것이었다. 친구의 추천을 받고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던 차인지라 흔쾌히 수락했다. 그때만 해도 이 모임이 8개월이나 지속될 줄은 몰랐다. 2024년 9월 28일, 친구 네 명이 처음으로 모였다. 그 후 24번의 모임을 거치며「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를 다 읽었다. 그로부터 느낀 바를 기록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의미 있는 삶을 위하여」는 아주 좋은 책이다. 이 책에는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 ,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저자의 깊은 고민이 담겨 있다. 단순히 일반론에 입각한 탐색에 그치고, 독자에게 '구체적인 방법은 알아서 하라'고 떠맡기는 방식이 아니라 저자가 개발한 아주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한다는 점이 좋다. 어떤 원칙을 마음에 새길지, 어떻게 인생 계획을 세울지, 계획을 따르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두 알려준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저자의 지침만 따르면 되는 건 결코 아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의 말을 결코 맹신하지 말라. 반드시 스스로 경험하고 생각하라."라고 조언한다. 또 소주제 하나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자기관찰 질문을 통해 우리는 계속해서 스스로를 관조하고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어디로 가길 원하는지 탐색해야 한다. 그렇게 책을 읽으며 쓴 자기관찰 기록만 공책 반 권에 달한다.
모임에서는 주로 자기관찰 결과를 나누고 서로 조언을 해 주었다. 처음에는 책 내용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주로 토의했고, 나중에는 저마다 인생 계획(자아확장 지도라고 한다)을 세우는 데 골몰했으며 마지막에는 행동을 가로막는 우리의 밑바닥 신념(생활양식)에 대한 절절한 고해성사가 이어졌다.
처음 시작할 때 거창한 목적은 없었다. 그냥 친구들끼리 자주 만나고 그러면서 책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처음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의미 있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내 삶을 평가절하하는 건 아니지만 아직 내 삶이 진정으로 충만하고 의미 있는 삶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면 내 삶은 휘청거리며 걷는 취객이 그리는 궤적과 같았다. 끊임없이 흔들리며 갈피를 못 잡고 걷다 보면 어느새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 삶을 살면서 삶 자체에 불만을 느낀 적이 많았고, 과연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인지, 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게 그런 삶은 아주 멀리 있는 것 같았다. 설사 내가 의미 있는 삶에 도달할 수 있을지라도, 그건 먼 미래일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독서모임 활동을 하면서 나는 의미 있는 삶이란 미래 어느 시점에 놓인 깜짝 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의미 있는 삶은 천천히 쌓아나가는 건축물과 같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오늘은 만족스럽고 의미 있는 하루가 될 수도, 불만으로 가득 찬 하루가 될 수도 있다. 지금 시간을 보내는 데 중요한 기준은 내가 내 인생가치, 인생의미, 목표, 전략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책을 읽고 모임 활동을 하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했다. 책의 각 주제에 맞추어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그렇게 살아온 이유는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답이 보였다.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내가 삶을 사는 태도가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이 책의 가장 보물 같은 점은 바로 이것이다. 질문으로 스스로를 관찰할 기회를 준다는 것. 그리하여 삶의 태도를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
물론 질문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내가 나를 안다고 해서 이전까지 가졌던 삶의 태도를 떨쳐내는 건 몹시 어렵다. 우리 모임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자아확장 지도를 그리는 데까진 성공했으나 지도를 따라가는 데는 몹시 미진한 상태다. 누군가는 우리 모임을 보며 ‘결국 이룬 게 별로 없지 않느냐?’라고 말할지 모른다. 맞다. 그러나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고 천릿길도 한걸음에 갈 수는 없다. 이 모임은 끝이 아니고 시작이며 앞으로도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또 위안이 되는 점은 함께할 친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서로 격려하며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모두 자신이 바라던 삶에 한 걸음쯤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 그리하여 나는 내 앞날이 밝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