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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랫폼엘 Aug 02. 2023

PLAP 2023 참여 작가 소개: 노경택

PLATFORM-L LIVE ARTS PROGRAM 2023

노경택

《이종협력시퀀스》


《이종협력시퀀스》설치 전경 ⓒ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Q1. 작가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가구디자인과 제작을 바탕으로 식물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 우연히 식물과 관련된 작업에 참여한 뒤로 인간과 다르게 작동하는 식물의 시간성과 공간성 그리고 운동성을 보고 친숙하기만 했던 존재가 마치 인간 너머 미지의 존재처럼 느껴져 지금까지 식물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식물을 위한 가구를 만들어 보는 작업, 그 식물가구와 인간이 동거하는 작업, 그리고 식물의 소리를 들어보는 작업까지 이어 왔습니다. 최근에는 인간과 식물이 함께 협력해서 하나의 시퀀스를 수행해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종협력시퀀스》설치 전경 ⓒ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Q2. 식물의 신호를 물리적 행위로 변환할 예정인데변환 전후 각 기호의 대응 관계에 작가님의 생각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A. 식물의 신호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미세한 전기신호도 있고 공기 중으로 내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 쉽게 말하자면 꽃향기와 같은 냄새 분자가 있습니다. 이런 신호들이 가지는 의미는 규명되기도 했지만 인간이 모든 신호를 명확하게 파악하지는 못합니다. 제가 잡아내는 식물의 신호도 왜 식물이 이러한 신호 값을 만들어 내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식물의 이러한 신호체계는 인간만큼 복잡하거나 정밀하지 않고 오롯이 생존만을 위한 최소의 에너지를 쓰는 단순한 작용 반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알 수 없는 식물의 신호가 비록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상상력 안에서 존재해도,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영역으로 번역을 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식물학이나 생물학에서 연구가 진전되어 모든 신호들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각 신호와 의미의 대응 관계를 만들 수 있겠지만 그것은 예술이라기보단 과학일 것입니다. 예술을 하는 작가의 의무이자 역할은 그동안 관심을 주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것들을 붙잡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3. 식물(비인간)과의 상호 협력에서 기대하는 관람객 반응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A. 일단 흥미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식물과 협력시퀀스를 진행하면서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하다가 한 번쯤은 식물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식물과 인간의 관계도 생각해보고 자기 자신도 돌아보는 깊이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이종협력시퀀스》설치 전경 ⓒ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Q4. ‘식물에 말 걸기’를 통해 인간 간 의사소통에 가져다 주고 싶었던 의미가 있으신가요?
 
A. ‘식물에게 말 걸기’로부터 출발한 제 작업은 식물을 ‘위한’ 작업이 아닙니다. 식물을 ‘위한’다는 것은 오히려 이분법적으로 인간과 식물로 나눠버리고 식물을 대상화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식물에 말 걸기’는 인간세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간중심주의적인 관점을 벗어나 기존의 인간과 식물의 관계를 해체해 백지상태로 만들어 놓고 새롭게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의 첫 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식물로 구별 짓거나 종의 우열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인간들에게’ 알려주고 식물과 어떤 관계를 만들 것인지, 그렇다면 같은 종인 인간끼리는 어떤 관계를 만들 것인지 질문해보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종협력시퀀스》설치 전경 ⓒ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Q5.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A.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퍼포먼스나 공연의 가능성을 시험해 본 후 좀 더 본격적인 공연으로 바꿔보고 싶습니다. 이번 《이종협력시퀀스》는 그 길로 가는 길의 중간 시험대와 같은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시 자체도 공연예술에서 시퀀스가 있는 것처럼 관객이 공간의 시퀀스를 따라 마치 연극이나 퍼포먼스의 등장인물이 되어 전시를 관람할 수 있게 장치를 설치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획된 전시나 공연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식물과 인간 모두를 위한 오브제를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미술과 전시에 관심 있는 소수에게만 전달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생활에 녹아들 수 있도록, 요즘 출시하는 AI 스피커(기계적 비인간)가 있듯이 식물이 인간의 일상에 들어와 상호작용을 구현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집니다. 그래서 인간이 사용하는 여러 물리적인 형태를 가진 공간이나 가구, 소품 등에 식물과의 인터렉티브 기술이 접목된다면 실현 가능할 것 생각합니다. 



《이종협력시퀀스》설치 전경 ⓒ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이종협력시퀀스》설치 전경 ⓒ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노경택 Kyungtaek Roh
 
전시
《이종협력시퀀스(Hybrid Cooperation Sequence)》
2023.08.03(목)-8.13(일)
11:00~20:00


플랫폼엘 갤러리2

 
PLAP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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