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의 끝은 어디인가 5/6
2022/5/16
미중 패권 다툼과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화가 끝나간다고들 합니다. 무엇보다도 국내여행 하듯이 해외로 쏘다니다가 그러지 못하니 좀이 쑤시는 것은 있지만 그 이외에는 살아가는데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은데 글로벌화가 끝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물론 글로벌화의 종말이 무대 막 내리듯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우리가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보다 근본적인 데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글로벌화가 가져온 세계경제의 구조적 특성은 생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화 이전에는 대부분 제품의 생산이 한 나라 안에서 이루어져 다른 나라로 수출되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WTO가 결성되고 글로벌화가 진행되면서 하나의 제품의 생산이 많은 부분으로 나뉘어져 각각 가장 경쟁력 있는 입지와 기업에 배치되고 이것이 사슬형태로 연결되어 전체 생산이 이루어지는 구조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글로벌 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이라고 합니다. 글로벌 공급사슬은 글로벌 시대 세계 경제의 생산구조를 나타내는 말이 되었습니다. 생산의 부분이 다른 나라로 옮겨 간다는 의미에서 오프 쇼어링(offshoring)이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이 같은 생산구조를 통하여야만 제품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역장벽이 사라지고 운송비가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이 적용되면서 공급사슬을 통한 생산의 흐름이 매우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급사슬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고 중국은 세계 제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생산구조는 중국 고도성장에 추진력을 제공해 왔습니다. 제품의 생산비가 낮아진 까닭에 세계 각국은 지난 20년 동안 인플레이션 걱정에서 벗어날 수도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산과 공급이 얽혀있으면 전쟁이 일어나기 어렵고 경제구조 자체가 평화를 보장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두 초강대국이 패권다툼을 벌이고 팬데믹이 세계를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는 큰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 각각은 글로벌 공급사슬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글로벌 공급사슬의 경제구조는 엄청난 정치적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계의 모든 기업이 이 위험 앞에서 떨고 그 영향은 고스란히 세계 모든 사람들의 생활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글로벌화의 종말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더 이상 글로벌 공급사슬이라는 경제구조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외로 간 생산을 모두 본국으로 불러들일까요? 이것을 온쇼어링(on shoring), 혹은 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대안이 되지 못합니다. 생산이 너무 비효율적이 되어서 세계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세계 대공황으로 빠져들 우려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사는 그 대안으로 공급사슬을 민주주의 체제와 이념을 같이 하는 우호국 간에 구축하는 것을 얘기하고 있으며 friend-shoring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가 정책이라기보다는 기업의 전략적 결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미 그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급사슬이 효율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friend-shoring은 효율과 정치적 위험 간 균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Nations Aim to Secure Supply Chains by Turning Offshoring Into ‘Friend-Shor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