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의 끝은 어디인가? 3/6
2021/10/23
글로벌 시대의 세계경제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개념의 하나는 글로벌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이라는 개념입니다. 어떤 제품이라도 원료와 부품을 가장 저렴한 나라,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에서 조달하고 각 생산과정을 가장 효율적인 나라에 배치해 이를 사슬처럼 연결하여 생산한다는 데서 만들어진 개념입니다.
이렇게 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되지 않는다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없기 때문에 결국 모든 제품이 글로벌공급사슬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어떤 제품의 생산에도 여러 나라의 다양한 산업에서 많은 수의 기업이 참여합니다. 스마트폰 생산을 예로 들어보면 부품과 장비, 소재, 기술 산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여러 나라의 많은 수의 기업이 연결되어 생산에 참여하며 거대한 산업생태계를 이룹니다.
따라서 어떤 제품을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다는 말은 더 이상 적합한 말이 아닙니다. 경쟁의 범위로서 산업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기업이 모든 다른 기업과 경쟁하며 협력합니다. 어떠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각국, 각 산업, 각 기업의 기여도가 얼마냐로 따져야 합니다. 복잡한 세상이죠.
글로벌공급사슬로 인하여 정치적 관계와는 별도로 각국이 경제적으로 서로 의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때 글로벌공급사슬을 통한 경제적 의존 관계가 세계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어지던 때가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해치지 않고 상대국에 피해를 줄 수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국가 간 갈등은 없을 수 없으며 국가 간 분쟁이 일어나면 무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핵심산업의 공급사슬을 통하여 상대국을 공격하게 됩니다. 이때 공급사슬의 문제는 국가안보의 문제가 됩니다. 점점 가시화되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공급사슬은 핵심적 문제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경제에서 많은 제품의 공급사슬의 많은 부분이 중국에 입지 하기 때문입니다.
미중대결에서 미국은 미국기술을 사용하여 만든 반도체와 제조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였습니다. 이것이 가치사슬을 통한 공격입니다. 누구라도 미국기술 없이는 반도체 제조를 할 수 없고 반도체 없이는 어떤 제품이라도 생산할 수없기 때문에 이것은 상당히 효과적인 공격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제약산업에서 글로벌공급사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제목에서 Rx가 약국을 의미하며 중국이 제약산업의 공급사슬을 지배하고 있는 문제를 심층분석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압도적인 가격경쟁력과 국가의 지원책으로 많은 약원료 공급을 독점하게 되었습니다. 미중대립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제약산업의 공급사슬이 미국의 안보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습니다. 제약산업의 공급사슬을 통하여 공격이 이루어진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제약산업 공급사슬의 탈 중국을 지원하는 입법이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