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화의 끝은 어디인가? 1/5
2021/8/16
제가 담당하는 과목이 '글로벌경영'과 '글로벌재무' 두 과목인데 이전에는 과목명이 '국제경영'과 '국제재무'였습니다. 이렇게 변경한 것은 세계경제의 글로벌화라는 커다란 변화를 반영한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글로벌이나 국제나 그게 그거 아니냐 할 수도 있겠는데 좀 차이가 있습니다. 국제는 국경을 넘는다는 의미이고 글로벌화는 국경이 낮아지고 없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글로벌화가 진행되면 국경을 넘기 쉬워지고 국제화가 가속화하기 때문에 두 단어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고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큰 무리는 없겠습니다.
지난 글에서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했는데 사실 전쟁의 목적은 국경을 없애는 데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데는 언제나 상대국을 멸망시키든지 복종시켜 주권을 박탈하려는 목적이 전제가 되는 것이죠. 전쟁에서 이기면 국경이 낮아지거나 없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글로벌화는 인류역사와 늘 함께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의 글로벌화와 오늘날 글로벌화의 차이는 옛날에는 전쟁을 통해서였다면 지금의 글로벌화는 GATT 협상과 WTO 결성이라는, 즉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글로벌화가 오늘날 기후변화나 소득양극화와 같은 지구상의 갖가지 문제의 근본원인이라고 욕을 먹고 있지만 저 개인적인 견해로는 전쟁을 하지 않고 대화를 통해 국경의 장벽을 낮추고 국가 간 흐름을 확대하여 번영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인류의 지혜가 커진 상징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의 글로벌화는 대부분 전쟁의 파괴 속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때 국경이 없어지는 것을 글로벌화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반면 지금 우리가 누리는 글로벌화는 무역자유화를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데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유로운 무역은 언제나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되며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 풍요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국가 간의 갈등과 전쟁, 국내정치에서 포퓰리즘의 요구, 팬데믹 등 다양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글로벌화의 끝을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화의 주역을 맡았던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경쟁으로 글로벌화의 끝은 아니더라고 글로벌화의 후퇴는 불가피한 것이 되었습니다. 우리 세대의 경제적 번영과 세계평화를 가능하게 했던 글로벌화는 지난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요?
이번에 새로 나온 Jeffrey Sachs 교수의 책은 글로벌화의 관점에서 세계역사를 보고 있습니다. 하물며 구석기시대에도 돌을 이용하는 기술이 전파되어 갔다는 점에서 글로벌화가 있었다고 보는 거죠. 단 이전의 글로벌화는 몇 만년 몇 천년 몇 백 년 걸렸다면 지금의 변화는 몇 십 년 아니 몇 년 만에 과거 천년 동안 일어났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서운 속도의 변화 속을 우리 모두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