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의 추억 1/5
2022/5/1
이전 글에서 은행을 중심으로 하는 금융시스템의 모순 때문에 금융위기가 자본주의 경제의 하나의 요소로 구조화되었다고 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 금융이 국제화되면서 금융위기는 외환위기로 발전하게 됩니다. 세계 각국에서 국가부도의 벼랑 끝에 다가서는 외환위기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외환위기에 처한 나라는 경제가 파탄 나서 국민들의 생활이 절벽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됩니다.
외환위기는 외환부족으로 국가부도(sovereign default) 사태에 직면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적 금융위기는 국민세금을 쓰든지 돈을 찍어 내든지 해서 은행을 살려내면 당장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지만 외환위기의 경우에는 나라 밖에서 외환의 수혈이 없으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계에서 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가계적자가 지속되면 개인부도를 맞게 되듯이 국가도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외환이 부족하게 됩니다. 국제금융이 없던 옛날에는 국가부도도 없었겠지만 해외차입이 가능해진 현대에는 무역적자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국가의 대외부채가 쌓여갈 수 있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국제금융시장의 자금사정이 위축되어 돈 빌리는 것이 어려워지면 차입금리는 사정없이 높아지고 외환 부족으로 국가부도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국가부도가 선언되면 모든 국제거래가 중지되기 때문에 몸에 혈액 순환이 멈추는 상태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죽음이죠.
생명체의 죽음과 국가부도와 다른 점은 일단 위기 상태에서 벗어나면 국가경제가 다시 살아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국민들은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경험하게 됩니다. 위기를 넘기더라도 겨우 연명하는 상태로 유지되면 국민들의 고통은 끝없이 지속됩니다.
국가부도에 직면한 나라에 필요한 외환을 융통해 주어 국가부도를 막아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기구가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입니다. 1997년 한국이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도 IMF의 구제금융으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외환위기를 IMF위기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IMF가 자선단체가 아닌 만큼 구제금융은 해 주되 돈을 돌려받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경제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빼앗고 최대한 국가경제를 쥐어짜게 됩니다. 국민 고통으로 따지면 국가부도 사태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기에 위기에 빠진 나라도 일단은 IMF 구제금융은 피해 보려고 합니다.
우리 나이의 한국 사람은 외환위기를 남의 일로 생각할 수 없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의 기억이 25년이 지난 지금도 뚜렷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 1997년의 그 기억이 우리에게 무엇이었던가 생각해 보려 합니다.
각국이 외환위기를 맞을 때마다 뛰어가서 큰돈을 번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오늘 소개하는 책의 저자 소로스입니다. 고통을 겪는 나라에서 큰돈을 벌었다니 정말 고약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 사람에 대한 음모론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의 일차적 책임은 해당 국가에 있으니 기회를 찾아 돈 번 사람을 욕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국제금융 위기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데 이 분이 이론이나 실무에서 최고 권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