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을까요? 글로벌 시대, AI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후변화의 시대... 그렇죠. 그런데 우리가 흔히 인식하지 못하는 우리 시대 특징의 하나는 세상이 달러의 권력 아래 놓여 있다는 점입니다. 세상을 제패한 왕처럼 달러는 군림하며 그 위세를 온 세상에 떨치고 있습니다.
패권국 미국에 순종하지 않고 반기를 든 나라들은 제재(sanctions)라는 이름으로 처벌받게 됩니다. 그 제재가 무서운 것은 바로 돈 중의 돈 달러를 쓸 수없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국제 거래가 달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달러 사용을 금지하는 미국의 제재는 국경봉쇄를 의미합니다. 북한처럼 폐쇄된 나라에서도 미국의 제재는 너무나 뼈아픈 처벌이 됩니다.
달러로 결제를 한다는 것은 미국의 지불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미국은 달러로 이루어지는 모든 국제거래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피할 수가 없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의 도전이 성공하려면 먼저 킹 달러의 권력을 무너뜨려야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제도의 규범이 만들어졌습니다. 달러 가치가 세상 모든 돈 가치의 기준이 되고 기반이 되었습니다. 모든 외환거래는 대 달러 거래로 이루어지고 모든 환율은 대 달러로 표시되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국제 거래는 달러로 결제가 이루어졌습니다.
미국 경제가 그대로 세계 경제였던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달러 중심의 국제통화제도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미국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세계 모든 돈의 가치의 기반이 되는 달러의 역할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전후 마련한 국제통화제도는 30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
그러나 국제통화제도 붕괴 이후에도 국제거래 결제통화로서 킹달러의 권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전 세계가 하나의 통화, 달러로 사용함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고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가치 저장수단으로써 안정성이 더해져 달러의 유용성은 날로 높아지고 달러의 권력도 커져만 갔습니다. 그 달러의 권력은 미국의 패권을 지켜주는 가장 든든한 보루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은 미국에 필적하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 결제통화로 위안화의 역할을 늘리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칼자루를 쥐고 마음대로 그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는 그런 통화를 기꺼이 받아줄 거래자는 없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킹 달러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QE; Quantitative Easing)로 달러 공급이 급증하고 결국 달러가치가 폭락함으로써 킹 달러시대가 끝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이전에 소개한 'Currency War'와 같은 저자인데 대부분 종말론적인 그의 예상들은 다행히 크게 빗나가고 있는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