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가 경영학자 Feb 26. 2024

글로벌 공급사슬

경제라는 이름의 전쟁 1/6

Fashio Show Series no.39 London Street Fashion

2024/2/26


예전에는 물건을 보면 그것이 '미제냐, 일제냐, 아니면 국산이냐?' 하고 물었습니다. 글로벌화된 오늘의 세상에서는 그것은 적절한 질문이 아닙니다. 오늘날 어떤 제품도 어느 한 기업, 어느 한 나라에서 전부 생산되는 것은 없습니다. 기술과 브랜드, 소재, 부품, 장비, 제조 공정별로 많은 수의 기업이 여러 나라에서 제품 생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굳이 나라로 따진다면 국가별로 부가가치 창출 비중을 알아야 합니다. 참 복잡한 세상이죠.


여러 기업들이 사슬처럼 연결되어 생산에 참여하니까 이러한 생산방식을 '공급사슬(supply chain)'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공급사슬이 여러 나라에 걸쳐있기 때문에 '글로벌 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이라고 합니다. 이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기업은 자기가 맡은 부분은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글로벌 공급사슬이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됩니다.


국가경쟁력의 의미도 예전과는 다릅니다. 예전에는 제품별로 국가경쟁력을 말했다면 오늘날은 경쟁력 있는 글로벌 공급사슬에 자국 기업이 많이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느냐의 여부로 따져야 합니다. 경쟁력 있는 글로벌 공급사슬이 아니면 제품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제품은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하여 생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산업과 제품을 이해하려면 글로벌 공급사슬을 보아야 합니다.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하여 생산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동시에 국경을 넘는 물자의 흐름, 즉 무역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공급사슬은 자유롭고 평화롭게 무역이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을 전제로 합니다. 만약 국가 간의 갈등이나 분쟁으로 무역이 제한을 받는다면 글로벌 공급사슬의 생산시스템이 무너지게  되고 세계 경제는 재앙적 타격을 받을 수도 있게 됩니다.


21세기에 접어들어 중국이 WTO에 가입하고 적극적으로 세계무역에 참여하면서 대부분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사슬이 중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중국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함으로써 가장 경쟁력 있는 공급사슬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고 전쟁 가능성까지 얘기되는 상황이다 보니 글로벌 공급사슬의 토대 위에 세워진 세계 경제는 큰 위험을 안게 되었습니다. 디커플링(de-coupling)이다 디리스킹(de-risking)이다 얘기가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두 나라 사이에 분쟁이나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글로벌 공급사슬은 상대국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자국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쉽게 쓸 수는 없지만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와 생산장비의 수출을 막은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공급사슬을 통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제약산업에서 중국이 지배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사슬 문제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제목에 Rx라는 말이 약국을 의미합니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 중국이 제약산업의 공급사슬을 무기화하면 전 세계에 끔찍한 재앙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중국에 의존하는 글로벌 공급사슬을 국가안보의 문제로 인식하고 미국으로 공급사슬을 옮기는 것을 입법화했지만 여전히 경제논리와 국가안보의 논리가 충돌하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인들에게 내리는 킹 달러의 축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