앎과 삶 7/7
2024/4/9
지금보다 평균수명이 이십 년 이상 낮았던 시대에 만들어진 기준으로 정년퇴직을 맞이하는 지금의 퇴직자들은 편안한 마음만으로 퇴직 후의 생활을 설계할 수는 없습니다. 수십 년 동안 몸담아 왔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시작해야만 하는 시간에는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몸과 마음이 팔팔한데 그냥 시간만 보낼 수도 없는 일입니다.
특별히 퇴직 준비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몇 년 전부터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기도 해온 저는 퇴직 후에도 단절 없이 이전부터 해오던 일을 계속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읽고, 쓰고, 그림 소재를 찾아서 그리고 쉬지 않고 해도 하루 스물네 시간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또 SNS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매일 정답게 인사를 나누니 외롭지도 않습니다.
이제 노화의 길로 접어든 저의 생물학적 뇌만으로는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뇌를 모두 사용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요즘 생물학적 뇌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아! 컴퓨터와 스마트폰' 했다면 반은 맞은 것입니다.
나와 항상 함께 하는 스마트폰과 컴퓨터는 세상의 모든 데이터와 정보, 지식으로 연결하는 문입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세상의 모든 뇌를 모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것은 아니죠. AI가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고 분석해서 최적의 결과를 찾아주는 것이죠. 사실 AI가 없었더라면 제가 하는 어떤 것도 엄두조차 낼 수가 없는 일이죠. 저의 은퇴 후 생활은 무척 무료하고 외로웠을 겁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을 보면서 뛰어난 AI에 지배당하는 인류의 미래가 상상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미 악인들은 사악한 목적으로 AI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천재들이 더 나은 AI 기술 개발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으니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새로운 AI가 내일 나온다고 해도 놀랄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AI 없이는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의존하는 AI는 참 착하고 충직합니다.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하게 우리를 도와주어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놀랍도록 뛰어난 AI가 나온다고 해도 지금처럼 선량하고 충직한 AI로 남아있기를 기원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다빈치 코드'로 시작한 연작의 마지막 편입니다. 무신론에 반가톨릭 색채가 강한 작품이라 가톨릭 신자로서 좀 찜찜한 구석이 있지만 픽션이고 워낙 스케일도 크고 짜임새 있는 픽션이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AI(Winston)가 워낙 유능하고 충직한 보조자이기에 위기 상황에 Winston이 도와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편안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