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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Jun 06. 2024

추억 그리기

화가의 길 5/5

Hangang Bridges Series no.36 강변북로 한남대교

2024/6/6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제가 갖는 느낌은 친한 친구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입니다. 다정함이 전해지고 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가끔 저 자신의 글과 그림을 친구의 눈길로 보기도 합니다. 친구와 나누는 이야기는 언제나 지난날의 추억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끌려가는 추억이 없다면 친구와 나눌 이야기도 없을 것 같습니다. 


누구나 마음이 끌려가는 지난날의 시간이 있겠지요. 제 마음이 달려가는 지난날의 시간은 즐겁고 편안한 시절이 아닙니다. 외롭고 가난했고 포기하고 싶었지만 포기할 수 없어 자꾸만 위축되던 자신을 추슬러보던 젊었던 그 시절입니다. 돌아가 추억 속의 외롭고 힘든 그 젊은 청년을 격려해주고도 싶습니다. 지금도 위축되어 보이는 학생을 보면 그 시절의 저를 보는 듯해서 마음으로 격려를 하기도 합니다.


아직 한국이 가난한 나라, 독재 국가라는 꼬리표가 붙던 1982년, 운 좋게 국비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UCLA 박사과정.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부자 동네로 유명한 지역에 위치한 학교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도 가난한 가정 출신인 제가 막대한 부를 눈으로 직접 보고 스스로 가난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던 때입니다.


제가 대학, 대학원을 다니던 동안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이 계속되었고 학기마다 휴교가 반복되었기 때문에 유학 가서 처음으로 한 학기를 온전히 마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공부를 처음으로 하게 된 저에게 외국어로 학업을 따라가는 것은 학기마다 밀려오는 파도를 몸으로 막아서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포기하고 싶은 고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어쨌든 학위를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외롭고 기가 죽었던 그 시절이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게 생각됩니다. 마냥 편하고  힘든 것 없이 지내왔다면 마음이 끌리고 돌아가보고 싶은 추억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그림으로, 글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었을 것입니다.


아래 사진은 1980년대 LA 모습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UCLA가 위치한 Westwood 모습인데 지금 보면 한산하게 보이기까지 하는데 미국에 처음 발을 디딘 저에게는 얼마나 화려하게 보였던지요. 두 번째 사진은 학교에서 멀지 않았던 Santa Monica 해변 거리입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가서 태평양 저편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곳입니다.


사진출처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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