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페북 생활 1/5
2024/7/23
우리네 인생은 정처 없이 흘러갑니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어딘지 모를 곳으로 흘러갑니다. 우리의 의지가 들어설 틈이 없습니다. 의지와 노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고 자랑할 새도 없이 다시 정처 없는 흐름에 휩쓸릴 뿐입니다. 그저 난파되지 않고 이 순간 살아있다는 것 감사할 뿐입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자신이 선 자리에 이르게 될 것을 미리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여러 개의 행로 가운데 선택한 것도 아닙니다. 바람과 물결이 정해 준 대로 흘러왔을 뿐입니다. 때로는 즐거운 일도 있었고 괴롭고 가슴 아픈 일도 있었지만 그 어느 것도 나의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었습니다.
전쟁처럼 많은 사람의 삶이 파괴되는 일도 헤일 수 없이 많지만 바람과 물결이 정해주는 끝을 알 수 없는 행로가 반드시 안 좋은 곳으로 우리 삶을 이끌어 간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세상에 첫선을 보이기 전에는 상상에서 조차 존재할 수 없었던 과학 기술이 우리의 삶을 이전에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의 삶을 과거에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코로나 팬데믹이 세상을 공포로 뒤덮었던 2020년, 오프라인의 활동과 관계가 제약된 가운데 때마침 취미 활동으로 시작했던 그림 몇 점을 들고 페북 세상에 발을 내밀었습니다. 이 새로운 세상에서 인간관계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해왔지만 어쩌면 마음속 생각을 나누는 진정한 소통이 여기에서 가능하다고 느꼈습니다.
매일 만나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우리나라 친구들이 나의 그림을 봐주고 나의 얘기를 들어주는 그런 세상에 사는 삶을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인생이 바뀌었습니다. 봐주는 사람이 없는 그림을 그리고 들어주는 사람이 없는 얘기를 혼자 중얼거리는 그런 은퇴 생활이 아닙니다. 역사의 바람과 물결이 항상 즐거운 소통이 이어지는 그런 세상으로 나를 데려다주었습니다.
다른 어느 세상도 그렇듯이 페북 세상도 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즐거운 소통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큰 상처받기 십상입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세상의 사기꾼들이 나를 지켜보며 기회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다른 누군가의 돈벌이 수단으로 내놓아야 합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느 다른 세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페북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저의 모습을 형상화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