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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Dec 16. 2022

고깃집 경제학 - 외부효과

경제학 도시락 3/6

Musin in Arts Series no.49 Hooked on Jazz/Besame Mucho 

Watercolor artist 정창영



2021/10/6


제가 퇴근하는 길 지하철역에서 아파트까지 가는 길에 먹자골목을 통하게 됩니다. 고깃집이 몇 개 있는데 고기 굽는 냄새와 연기가 진동을 합니다. 영양건강 서적마다 고기 굽는 연기가 일급 발암물질이라는 경고를 하고 있는 만큼 저는 편한 마음으로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고깃집은 고기 팔아서 돈을 벌지만 저는 그곳을 지나친 죄로 암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 고깃집에 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것이 경제학에서 중요한 개념인 (음의) 외부효과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의 문제입니다.


피해자는 있지만 가해자는 없고 시장 메커니즘을 통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음의) 외부효과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일로 누군가는 이익을 얻는 것을 도덕적 해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고깃집을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으며 법을 어긴 것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사실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사회에 아무런 부담이나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숨도 쉬지 않고 살아야 되겠지요.

어떻게 보면 도덕적 해이는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는 윤활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경영학 교수인데 연구실에서 그림 그리는 제가 누구를 도덕적 해이로 비난할 자격이 있겠습니까? 피해자는 없지만...  도덕적 해이 문제가 가장 큰 산업이 금융산업입니다. 대부분의 금융상품과 거래는 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몰려 있으며 불법에 근접할수록 이익이 커집니다. 이익을 키우기 위해 투기 포지션을 최대한 키웁니다. 그렇게 커진 이익은 주주와 직원들의 몫이 되지만 그러다가 손실이라도 나서 회사가 위험해지면 국민 세금으로 살려내야 합니다. 금융이 무너지면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이죠.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금융산업에서 도덕적 해이와 이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규제 시스템의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규제 시스템의 실패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법규와 제도의 개선이 있기는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어찌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규제를 받는 사람들이 돌아기면서 규제를 하는 사람이 되는 인간의 문제가 규제시스템 실패의 이유가 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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