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적인 생활로 인해 변한 것들이 제법 많다고 느껴지는 순간
프리랜서 생활을 한지 5년이 넘어섰다. 시작은 사업이었지만, 이제는 정확하게 프리랜서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가 살아가는 일상은 '작가'에 가까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매월 내가 작업을 해 전달해야 하는 곳들이 있으니 두루뭉술하게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 나는, 누가 예쁘게 봐줄 것도 아니지만 매일 일상을 규칙적으로 보내려고 노력한다.
프리랜서들은 본인이 이야기하지 않는 한, 본인의 직업이 드러나지 않는 억울함을 가지고 있다. 길거리에서나, 아니면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나를 보면 영락없는 주부의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밖에 나갈 일은 주부의 일거리 때문에 생겨나기 때문이다.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받아오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아니면 장을 보기 위해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프리랜서의 대부분의 일은 전화나 이메일로 시작한다. 그래서 얼굴을 맞대는 미팅이 있으면 기분이 묘하다. 프로의 이미지는 외모에서부터 나오는데... 어떤 옷차림을 해야 할지부터 걱정스러워진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다. 조금이나 프로페셔널하게 보이기를 바라며 옷장을 바라볼 뿐.
하지만 집에서 일할 때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대한다. 주변 환경과 내 모습이 바뀌었을 뿐,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능력이 변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철두철미한 눈으로 트렌드를 찾는다. 여러 정보들과 함께 나의 생각을 정갈하게 글로 엮어낸다. 나만의 스타일대로 그림을 그린다. 그린 이미지들을 묶고 조합해 하나의 패턴 디자인으로 갈무리한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일들을 했지만 지금이 더 자신감 있게 일을 대할 수 있는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찾아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선택한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다. 최대한 신중하고 멋지게 일을 마무리해서 나의 커리어를 쌓고 싶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제대로 쉰 적이 없다. 몸이 아프지 않은 한, 현재의 일과 미래의 계획이 어그러지지 않도록 매일 최선을 다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5년을 보냈다. 5년 전과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퍽 많은 것이 달라졌다. 외적으로는 퍽 촌스러워졌지만, 더 이상 유행을 좇지 않기로 결심한 나의 마음이 반영된 모습이다. 내가 왜 이런 옷을 입고 있는지, 왜 이런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는지 당당하게 설명할 수 있다. 일단 나는 검은색을 무척 좋아한다. 검은색이 있으면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의 색이 어두운 편이다. 깔끔하고 단정한 것이 좋아서 군더더기 없는 라인이 있는 옷을 선호한다. 가오리핏, 퍼프소매, 셔링... 이런 것들은 몸이 부하게 보여서 싫다. 자신의 스타일을 알게 되면서 쇼핑도 많이 줄었다. 안 어울리면 안 사게 된다. 뭘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유행이라며 무조건 사고, 따라 입기만 했던 지난날의 내가 조금은 부끄럽다. 그래도 줏대 없이 산 과거를 툴툴 털어내고 진짜 내 모습을 제대로 알게 되어 마음은 편하다.
내적으로는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다. 이제 더 이상 남들과 나를 비교하려 하지 않는다. 너는 너고 나는 나일뿐이다.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다고 해서 내가 성공한 것도 아니니 우쭐거릴 필요도 없으며,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성공할 수 있으니 질투도 필요 없다.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 다른 성향을 존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변한 이유는 무엇보다 내가 나를 존중할 수 있게 된 것이 크다. 나만의 행복을 찾아, 비교는 거두고 나에게 오롯이 집중하니 저절로 다른 사람들의 행복에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지내려고 하기보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나는 나에게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오롯이 나를 찾아냈다.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그런 삶은 이제 살 수 없다.
경제적인 면을 생각해보면, 사실 회사원일 때가 프리랜서인 지금보다 행복했을 것이다. 뭐든지 가질 수 있고 즐길 수 있었으니까. 회사원일 때는 가격을 보지 않고 지를 때가 있었더랬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면 통장이 '텅장'이 되어버리니.... 참아야 한다. 그래도 지금의 상황에 만족하는 것은 나의 진정한 모습을 찾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며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를 퇴사하기 전까지 나는 그런 삶을 살지 못했다. 그래서 그 당연한 말을 지키고 사는 지금, 이제야 사는 것처럼 산다고 느낀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