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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Apr 06. 2020

꽃피고 싶다

이제 나도 나를 표현하고 싶다


언제나 마음속에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몽글몽글 살아있다. 하지만 정작 밖으로 표출되는 것은 그것의 반의반도 안된다. 과연 생각대로 될까? 싶은 마음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막상 시도했다가 의도한 대로 표현할 수 없어서 포기한 적도 있다. 생각보다 내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 아이디어대로 되지 않는 것에 대해 절망하다가, 다시 생각한다. 모든 것은 하면서 늘게 되어있기 마련이다,라고. 5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글로나 그림으로나 확연히 변했다. 그러니 부끄럽더라도 계속 표현해야 한다.






무던히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취미 삼아 작업했던 그래픽 작업들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트 상품을 제작하는 플랫폼이 많아졌지만, 5년 전만 해도 그런 플랫폼이 별로 없어서 스스로 이미지 작업과 상품 제작을 함께 해보자고 마음먹었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무모한 생각이었다. 어느 정도 자본이 필요한 사업이었고 좀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그때는 앞도 뒤도 보지 않았다. 놀랍도록 무모했기에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그래서 사업 대신 프리랜서를 선택했지만 이 또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터라, 한동안 부끄러운 일을 겪어내야만 했다. 



의기양양하게 일감을 따왔지만, 한참 모자라는 실력에 클라이언트에게 핀잔을 듣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프리랜서 일로는 소득이 별로 되지 않는 것 같아서 플리마켓도 여러 번 나갔지만, 결과는 늘 참담했다.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플리마켓 틈바구니 속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에 앉아있는 거지?'란 생각에 자신감을 잃었다. 회사에서는 그나마 시스템 속에서 어느 정도 단점을 숨길 수 있었는데, 회사 밖에서는 나의 단점이 더 도드라졌다. 나는 말주변도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결국 사업가, 프리랜서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나에게 무리였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취미와 일은 정말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그 후로 몇 년의 시간이 흘렀고, 나는 조금씩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배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비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일을 시작할 때에는 일의 양과 금액, 일정 등에 대해 클라이언트와 명확하게 서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계약서는 끝까지 꼼꼼하게 봐야 한다. 단발성보다는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일을 도전하면 더 좋다. 이런 것들을 누군가가 나에게 알려줬으면 수월했을 텐데. 그래도 몇 년 간 조심스레 체득한 정보들이 매우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이와 더불어 내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잘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뿌듯하다. 회사를 다녔으면 절대로 몰랐을 것들을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야 겨우 알게 되었으니, 그나마 다행인 건가 싶기도.




태어나서 회사원으로 살아갈 때까지, 내 의지로 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저 가족들의 성향에 따라,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비슷해지기 위해서 나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도 좋아하는 척 살아왔다.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따라가기만 하는 인생은 나를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로 만들었다. 결국, 프리랜서가 되는 과정을 통해 내가 누군지 알아가게 된 것이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고 누구의 성향도 따를 수 없었기에, 그리고 스스로 해결해야 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조금씩 나를 알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표현하고 싶다. 소박하고 작은 꽃이라도, 나는 나를 꽃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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