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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흥디자인 May 28. 2020

창작물에 대한 가치 매기기

내 창작물이 내 삶보다 가취있기를



요즘 들어 내 주변에서 많이 생기는 사이트는 '아트 제작 플랫폼'이나 '저작권 판매' 사이트다. 물론 내가 일러스트와 패턴 디자인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이 보이는 거겠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창작자의 권리를 인정하고, 창작물에 대한 가치를 정당하게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우 좋은 현상이다.






나도 덕분에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작가로, 집에서 일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 내가 그리는 그림이 번듯한 일러스트 작품, 아트 굿즈, 패턴 디자인이 되어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사 가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어렸을 때에는 내가 이런 일에 종사할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분이 참 묘하다. 막연하게 디자이너가 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디지털 콘텐츠를 '창작'하고 또 '판매'하고 있다니, 내 그림과 글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무언가가 된다니. 얼떨떨하다. 유니콘의 뿔을 만들어서 파는 기분이랄까.



내가 대학생일 때만 해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자신이 만든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면, 오히려 '유난 떤다'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그런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참 많이 높아졌다. 창작자들에게 살맛 나는 시절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도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끔씩 댓글이나 DM, 메일 등을 통해 내가 만든 이미지 구매를 원한다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내 그림의 가격을 말하면, 그중에서 몇몇은 '비싸네요'라고 말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미지를 팔지 않는다. 대부분 그런 경우에는 본인의 상황을 들먹이며 가격을 후려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굳이 팔고 싶지 않다. 이런 마음이 들기까지, 이미 숱하게 헐값으로 내 작품들을 넘긴 쓰라린 기억이 있다. 내 가치를 잘 몰랐기도 했고, 그렇게나마 이미지를 판매하면 어느 정도 좋은 일이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좋은 일은 생기지 않았다.



내가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노력이 들어간다 :

1. 트렌드에 어울리는 주제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2. 주제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린다. 패턴이 될 수도 있고, 일러스트가 될 수도 있다.

3. 상품이 될 수 있도록 규격에 맞게 이미지를 작업한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 나는 여러 가지를 배웠다  :

1. 적절한 색 배합, 사물을 단순화하고 화면을 구성하는 방법을 배웠다.

2. 여러 가지 디지털 툴을 배웠다.

3.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스킬을 배웠다.



수많은 시간들에 비하면 오히려 내가 제시하는 가격은 그렇게 비싼 가격이 아니다. 모든 그림이, 심지어 낙서조차도 그렇게 그려지기까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창작물에 대한 가격은 그 자체의 모습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노력과 시간의 값이다. 그래서 나는 내 작품에 대한 가격을 깎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나마 가격에 대해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만의 스타일이 담긴 작품을 위해서,
나는  시간을 배우고 고민하고 연습했다.



회사에 있을 때나. 프리랜서로 외주 작업을 할 때나, 가장 화가 났던 부분이 바로 창작물의 가치를 무시당할 때였다. 대부분의 경우, 담당자가 디자인과 진행과정을 전혀 모를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창작물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결과물은 뻔하다. 그냥 윗분의 입맛대로 대충 뭉개버린다. 그런 일들은 창작했다고 말하기가 참 부끄러워진다. 그냥 돈을 위해 요소들을 짜깁기하거나, 있는 것들을 베낀 것뿐이니까. 그래서인지 몰라도, 회사를 다니며 취미로 창의적인 작업을 해도 뭔가 모르게 부족한 기분이 들었다. 윗분들에게 맞춰 일하는 자세가 몸에 배었기 때문에 창의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창의적이라고 느낀 건 나만을 위한 작업을 시작했을 때였다.


이제는 스스로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창작물에 대한 시각이 변해가고, 사람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기반이 닦여가는 모습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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